한담마을과 ‘장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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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 애월문학회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다보니 모든 것이 멈춰버린 느낌이 들어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다. 마음이 뻥 뚫린 곳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에 마침 애월문학회에서 문학기행을 가기로 한 곳이 한담에 위치한 장한철 생가를 방문하고 산책로를 걷는 것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담에 도착했다. 사람과 차량들로 뒤엉켜 북적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북적이진 않았는데 모 카페에서 ‘맨드롱 또Œf’이란 드라마를 촬영해서 그런지 올 때마다 북적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마스크를 고쳐 쓰고 사람들 틈에 끼여 천천히 바닷가로 내려간다. 한담바다는 언제 봐도 정겹고 아름다운 곳이다. ‘한담’이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이곳에서 멸치나 자리돔, 소라, 미역 등 수산물이 풍성하고, 동풍이 불 때는 유독 파도가 잔잔하고 바닷물이 맑아서 한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겨울 하늬바람이 몰아칠 때도 바람이 들지 않아 따뜻한 마을인데 이제는 일명 카페거리가 형성되어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

기암괴석 사이로 드나드는 파도가 무거웠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든다. 금방이라도 쪽빛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 푸른 바다를 낀 산책로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또 걷기를 통한 건강 증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담 산책로에 색다른 볼거리가 있다. 다름 아닌 해양 문학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표해록』(漂海錄)을 저술한 장한철의 생가가 복원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돌담으로 아담하게 쌓아올린 울타리 안에 초가 두 채가 나란히 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그저 초가 앞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이내 돌아서기 일쑤다.

장한철 생가는 코로나로 인해 아직 개관을 하지 않아 내부를 관람할 수 없었지만, 장한철 생가 내부에는 해양문학의 대표적 작품인 표해록을 디지털화해 전시해서 관람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놓았다고 한다. 또 구들과 정지, 책장, 굴묵 등을 재현해 옛 제주인의 생활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고 한다. 비록 생가 주변만 둘러볼 수 있었지만 장한철이 살았던 시대가 어떠한지 조금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장한철은 조선 후기 영조 때 애월읍 애월리에서 태어나 대정현 현감을 지낸 문인이다. 『표해록』은 영조 46년(1770년) 마을 사람들의 권유와 관가의 원조로 서울에 과거 길을 떠났던 장한철이 풍랑으로 류큐제도(일본 오키나와)에 표류하면서 겪었던 일을 한문으로 기록한 일기문 형식의 책이다.

이 『표해록』은 당시 표류 상황뿐만 아니라 그가 경과한 경로를 더듬어 해로와 물의 흐름, 계절풍의 변화 등을 담고 있어 해양지리서 역할뿐 아니라 해양문학으로서의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됐다.

장한철의 『표해록』은 무인도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는 실화다. 죽음의 문턱에서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나 고난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생생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애월문학회에서 매년 ‘장한철 <표해록> 기념 전도 청소년 백일장’을 실시하는 것도 장한철의 업적을 기리고 표해록의 문헌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앞으로 장한철 생가가 지역 문화를 보존하고 주변 산책로와 연계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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