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에 탁월…바치면 왕이 세금 면제해 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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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한의학 박사
사류
당송팔대가 유종원의 ‘고문진보’에 독사 가치 실려
조선실록에도 중병 치료·양기 돋울 때 썼다고 기록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이 쓴 글로, 조세로 인한 가혹한 학정을 풍자한 포사자설(捕蛇者說)이 고문진보에 실려 있다. 

이 글의 내용인즉, 대대로 독사를 잡아 나라에 바치던 한 땅꾼이 있었는데 할아버지, 아버지가 모두 이 독사를 잡다가 사망했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어떤 관리가 땅꾼 일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하니, 땅꾼은 그래도 무거운 세금을 면제시켜 주므로 땅꾼 일이 더 낫다며 울며 거두어 줄 것을 호소한다. 

당시 왕이 명을 내려 이 독사를 잡아 바치면 세금을 면제해 주었는데 독사에 물릴 위험을 기꺼이 감내할 정도로 조세 부담이 가혹했다는 것이다. 

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 우리의 궁금증은, 대체 독사가 어떻게 쓰였기에 이런 세금을 면제해 줄 정도로 다루었던 것일까 하는 것이다.

포사자설의 서두에는 ‘중국 영주 지방에 특이한 뱀이 나는데 그 뱀에 초목이 닿기만 해도 죽고 사람도 물리면 죽음을 면키 어렵다. 그런데 이 독사를 잡아 약용으로 먹으면 심한 중풍이나 경련, 문둥병, 치루 등을 치료할 수 있고 썩은 피부나 기생충도 없앨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런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기에 왕명으로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다. 단지 글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독사는 한약재로 요긴하게 쓰고 있었으니 앞서 글에서 살펴본 대로 백화사(白花蛇)가 그 예이다. 

한의학에서 독사의 뛰어난 약효는 이처럼 유명한 문집인 고문진보에 나올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고문진보에 실린 포사자설.
고문진보에 실린 포사자설.

당시 중국과 문화적으로 교류하고 있었던 우리나라도 예부터 독사의 효능에 대해서 인지하고 활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집필한 본초서에 백화사 등 독사의 효능에 대해 자세히 실리기 시작했다. 동의보감에는 오사, 백화사, 사태, 복사담, 토도사 등 5가지 뱀 관련 약재가 등재됐다. 독사주를 담그는 법, 독사를 먹인 닭을 약용하는 법 등 복용 방법도 다양하다.

조선실록에 의하면 처음에는 혐오로 받아들였던 백성들 사이에서 뱀 고기를 먹고 중병을 치료한 사례가 종종 등장한다. 

심지어 나중에는 질환 없는 사람임에도 양기를 돋우어 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일본의 뱀술.
일본의 뱀술.

방약합편에서는 이를 두고 백화사는 대풍(大風), 전질(癲疾)에 썼을 뿐인데 최근에는 신선약 받들듯 자양강장용으로 쓰고 있으니 과연 어디에 근거하는지 의심스럽다며 경계하기도 했다.

백화사를 비롯한 사류(蛇類) 한약재는 우리의 소중한 의료 자산이다. 혐오스럽다고 회피만 할 것이 아니라 잘 쓰면 난치 질환을 치료하는 뛰어난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다만, 동물성 약재인 경우 현대에는 특히 생태·환경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독만을 채취해 현대적으로 정제 처리해서 약용한다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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