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遺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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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영국은 동상(銅像)의 나라다. 어디를 가든 동상이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전투에서 한쪽 눈과 오른팔을 잃고도 프랑스·에스파냐 연합함대를 트래펄가 앞바다에서 격멸시키고 전사한 넬슨의 동상은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있지만, 스코틀랜드 중심지인 에든버러의 높은 언덕에도 있다.

왜 영국인들은 동상 세우기를 좋아할까. 그 이유에 대해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저 특혜와 책임에서 영국 상류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넬슨 동상의 비명을 그대로 적시했다. “우리 에든버러 시민이 넬슨 동상을 세운 것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구나 살아생전 그의 영광을 기리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직 국가가 의무를 요구할 때, 죽음으로써 그 임무를 다하는 그 삶을 내 자식들에게 가르쳐준, 그 교훈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특혜를 받았으면 희생할 수 있고, 가진 것을 내려놓을 수 있고, 남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동상을 세우고 있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이 화제다. 삼성전자 등 주식 지분으로 26조원을 남긴 관계로 상속세만 12조원이다. 생전에 모은 이건희 컬렉션이라 불리는 문화재·미술품 기증은 단연 압권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 23000여 점이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지역 공공기관에 기증된다.

이 가운데 6·25전쟁 중에 11개월 남짓 서귀포에 머물렀던 천재 화가 이중섭이 그린 섶섬이 보이는 풍경등 원화 12점은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으로 온다. 화가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서귀포 시절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작품들이다. 도민들의 문화 향유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치로 우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한 단계로 높아졌으면 한다.

되돌아보면 재벌 회장의 유산이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드물지만 그래도 있었다. 최태원 SK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은 1998년 폐암으로 타계하기 직전 반드시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고 했다. 이 유언은 매장 중심의 장례문화를 화장으로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삼성의 사회 환원에 대해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언론이 너무 부풀린다는 시선도 있다. 이를 3세는 업그레이드 된 오블리주로 불식시켜야 한다. 부디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다)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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