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상실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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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아름다운 계절 오월이다.

설령 깜짝 추위가 오더라도 봄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전한시대 시인 동방규(東方?)봄은 왔으나 봄이 아니다라고 노래했다. 중국 4대 미인 왕소군(王昭君)의 기구한 운명을 노래한 가사 중,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역설적 구절이 매우 유명한데 그 시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저절로 옷의 띠가 느슨해지니/ 일부러 미모를 위해 줄이는 허리 때문이 아니라네)

코로나와 백신을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은 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 속에

살고 있다. ‘기대상실면역이라는 이상한 면역이 생긴 것이다.

거짓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면역이 생긴 것이다. 반대로 거짓말을 자주 듣는 사람도 면역이 생겼는지 거짓말에 무덤덤해진다. 매도 자주 맞으면 면역이 생겨 맷집이 강하다 라고 말한다. 이제는 코로나의 긴 터널을 빠져나갔다 해도 덤덤해지고 백신 접종을 언제 할 건지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기대를 거는 사람도 없다.

우리 정부는 기대상실백신접종에 성공했다. 참을성이 강한 것이 아니라 희망을 놓아버리는 것이 건강에 유익한 것이란 걸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마스크 하나에 기대를 걸고 약국 앞에 줄서지 않아도 마스크를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안도감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도 주먹을 내밀어 한 번 치면 그만인 단절의 시대이다.

세계 꼴찌의 면역 접종 국가라는 가슴 아픈 현실 앞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도 하지 않아야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선량한 국민인지 의심스럽다.

이제 정부가 솔직하게 털어 놓아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거짓말에 면역이 생겼기 때문이다.

목련 지고 벚꽃 피고, 벚꽃 지면 붓꽃 피는 계절의 순환이 고맙다. 이 위대한 자연이 주는 위로가 없다면 다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거짓말을 밥먹듯하는 정치가의 위선 앞에서 텃밭을 가꾸며 기대상실면역에 유유자적하는 작은 농부의 편안한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월이다, 백신 기다리지 말고 화사한 장미 피기를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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