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농민들이 풍년이면 웃어야 하는 데 가격이 폭락해 손해를 보는 현상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가격이 폭등해도 농민들은 웃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흉년으로 작황이 부진해 수확할 작물이 없으면 아무리 고공행진을 하는 가격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런 일이 반복할수록 농민들은 농업통계에 더 큰 관심을 두고 해당 작물의 재배 면적을 확대할지, 아니면 축소할지를 판단한다. 그러기에 모든 통계가 그러하듯 농업통계도 정확도를 지녀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양대 농업통계 작성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통계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통계는 제각각이다. 여기에 제주도까지 가세하면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고도 농민들에게 적정 생산량 유지 등을 운운하는지 한심스럽다.
제주지역이 주산지에 해당하는 마늘과 양파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은 ‘2021년 마늘, 양파 재배 면적 조사 결과’를 통해 마늘은 1306㏊, 양파는 880㏊라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마늘은 1875㏊, 양파는 1161㏊에 이른다고 밝혔다. 무려 마늘은 569㏊, 양파는 281㏊가 재배 면적에 있어 차이가 난다. 더욱이 제주도에선 마늘은 1600㏊, 양파는 642㏊라고 예측했다. 어떻게 이런 ‘삼인 삼색’의 통계가 나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이 같은 통계는 농가의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비난받아 마땅하다. 농업기관의 영농지도에도 혼선을 준다. 이러니 농민들 사이에서 “어느 기준에 맞춰 농사를 짓나”라는 불만의 터져 나오는 것이다. 통계는 첫 단추와 같다. 처음부터 잘못 꿰면 파종 후 생산, 출하,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뒤죽박죽된다.
농산물 수급 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해당 작물을 둘러싼 통계의 부정확성이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농업통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마늘·양파 의무자조금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