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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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찬 수필가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을 채택했다. 제주도는 2007년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란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등재되는 영광을 얻었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 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 계의 유산등재를 위해 당시 현지(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참석한 관계자의 기도하는 모습과 등재된 후 만세를 부르는 감격스러운 사진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거문오름 용암동굴 계는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된 용천동굴, 뱅듸굴, 만장굴, 김녕굴, 당처물굴과 비 지정된 4곳을 합쳐 구성되었다. 거문오름으로부터 해안까지 약 15에 걸쳐 이어진다. 특히 만장굴에서 당처물 동굴까지 약 10가 넘는 대형 용암동굴 계다. 이중의 개방된 곳은 만장굴 일부뿐이다.

2005년도 전신주공사 도중에 발견된 용천굴은 호수의 길이 800m를 포함 약 3.4김녕굴과 3~40m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학술상 출입만 허용하고 그 외는 제한하고 있다. 당처물굴도 제한하고 김녕굴도 안전성문제로 1991년도부터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만장굴에 관광객이 오든 말든 지역주민은 관심이 없다. 차량이 만장굴 코앞에 주차하고 구경한 후 굴 주변 식당, 상가를 들른 후 빠져나간다. 김녕굴은 안정성 문제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굴 위로의 차량 통행은 통제를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 굴지의 관광지 중에도 동굴이 많은데 굴 위로 차량이 다니는 곳이 있을까,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 코앞에 주차장 있는 곳은 있을까, 주민참여 공간은 없고 특혜받은 일부 업자만 사업할 수 있는 관광지를 누가 만들었을까.

관광지와 거리를 두고 주차 공간을 만들어서 관광객과 직접 거래 하는 생기 있는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코끼리 열차가 관광객을 나르고 흔한 조랑말을 이용한 역마차가 오가는 길,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길에 관광객의 흥에 겨운 노래도 들어 봤으면 좋겠다. 독성이 많다는 협죽도(유도화) 가로수를 수십 년 동안 보면서 방치하고 있는 관광 분야 행정의 성적은 낙제점수 그 이하가 분명하다.

만장굴 지상부에 표석이 드물게 보인다. 잡목이 우거져 연결코스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굴 위 암반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틈새로 나무뿌리가 굴 안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굴속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굴 위를 관리하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모이지를 않는다. 예전에는 어버이날이거나 단오명절에 온 동네 사람이 모여 노래하고 흥에 겨워 춤추면서 함께 즐거워했다. 김녕굴을 지나칠 때면 당시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다. 주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술잔을 주고받기도 하고 같이 어울려 친분을 쌓기도 했다. 선진국이 된 후에는 자식들이 자가용으로 모시고 행복을 찾아 흩어진다.

훼손과 파괴로부터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를 했다. 천혜의 지역에 태어난 행복을 누리기만 할 게 아니라,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물려줘야 하는 것을 최상의 과제로 여기고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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