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無主空山)은 ‘임자 없는 빈산’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즉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 비어있는 산이란 말이다. 주인이 없으니 먼저 챙기면 임자다. 그래서 “그 자리(사업, 시장)는 무주공산이야, 누구든 가질 수 있어”라는 식으로 심심찮게 쓰인다.
정치ㆍ경제ㆍ스포츠 분야 등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특히 선거의 계절이 오면 이 성어는 각종 언론에 난무한다. 현직 도지사와 국회의원, 도의원 등이 더 큰 도전이나 이런저런 사유로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그 자리가 비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무주공산이다.
▲도지사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도의 최고책임자로 도를 대표한다. ‘지역의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지방 행정사무를 총괄ㆍ지휘한다. 차관급의 예우를 받으며 수조원 규모의 예산집행권을 행사한다. 도시개발과 각종 건설 사업, 인ㆍ허가권 등도 주어진다.
본청을 비롯해 직속기관, 사업소 등 소속 공무원의 인사권도 쥔다. 정무부지사와 출연ㆍ유관기관의 임직원 인사도 관여한다. 임기는 4년으로, 한 번 당선되면 3선 연임도 가능하다. 거기에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겐 행장시장과 행정시 공무원의 인사권도 있다. 그야말로 ‘제왕적(?) 도지사’인 셈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얼마 전 내년 6월 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월 21일 열린 제394회 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다. 이날 원 지사는 대권 도전과 3선 출마에 대한 입장 요구에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다소 이례적이었다. 임기를 1년 2개월여 남긴 시점이어서다.
이에 따라 차기 도지사 자리는 현직 프리미엄이 없는 무주공산이 된다. 각종 설(說)이 무성하면서 새 주인 자리를 놓고 후보 간 물밑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이유일 게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회자되고 있는 지사 후보군만 10여 명에 이른다.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매 순간 숨 쉬며 살아 움직인다. 어제 달랐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지는 게 정치다. 그만큼 변화무쌍하다. 따라서 정치에선 ‘절대로 아니다’는 표현이 성립되지 않는다. 도지사 선거를 1년 여 앞두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다 우리의 정치 지형을 크게 바꾸는 20대 대선이 내년 3월 9일 치러진다. 지금으로선 어떤 선거 구도가 짜여질 지 예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