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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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도 첫 우주인이 나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이소연 씨가 우주비행을 마치고 귀국한 것이다. 우주에서 보낸 나날이 그녀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달에 발을 디딘 우주인과의 인터뷰를 모은 앤드루 스미스의 ‘문더스트(Moondust)’는 좋은 참고자료다. 지구인 중에서 달에 발을 디딘 사람은 열둘인데, 그 중 세 명이 죽고 아홉 명만 남았다. 우주복을 입고 달에 선 표지 그림부터 눈길을 끈다. 지구로 귀환한 후 지금은 우주에 관한 그림을 그리는 앨런 빈의 솜씨다. 1969년 아폴로 12호를 타고 달에 다녀온 그는 우주비행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300년 동안 망원경으로 우주를 살피고 탐사선을 머나먼 우주로 보내고 있는데도, 달 위를 걸으며 바라보던 지구만큼 아름다운 천체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저는 우주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역사소설가인 내가 이미 죽은 자들의 흔적을 찾아 책을 뒤지고 답사를 다니는 동안,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훗날 인류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가령 나노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이 매우 작은 로봇을 인체에 넣어 병균을 모조리 퇴치하는 날을 꿈꾸고,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말이나 행동으로 명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고감도 센서가 인간 개개인의 업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그린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막대한 산업쓰레기를 지구가 다치지 않도록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찾는 과학자도 있고 예술 활동을 더 많은 이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뇌를 중심으로 인지 영역을 탐구하는 과학자도 있다. 과학자들이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펼쳐 보이는 미래는 현재의 고통과 어려움을 어느 정도는 해결하고 있다.

미래를 그린 소설가들의 작품은 하나같이 어둡고 칙칙하다.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까지 갈 필요도 없다. 올해 우리나라 대표 SF 작가들의 단편선집인 ‘얼터너티브 드림’만 꺼내 펼쳐도 미래는 디스토피아로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집에서 인간은 능동적인 활동을 디지털 기기에 빼앗겨버린 지극히 수동적인 존재다. 자유의지를 통해 무엇인가를 바꾸려는 노력 자체가 사라진 노예들의 사회인 것이다.

과학자들의 미래와 소설가들의 미래는 왜 이렇듯 상반될까.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망상이라거나 전체를 살피지 못하고 부분의 발전만 따지는 아집이라는 식으로 서로를 비난할 수도 있지만, 발전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자리부터 면밀히 따져야 한다.

존경하는 과학자들로부터 자신들의 연구에 관한 ‘시나리오’를 지어 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좁게 본다면 그 시나리오는 연구가 활용되는 한정된 예시다. 가령 입는 컴퓨터가 점점 더 발전하면 미래의 교실은 이렇게 달라질 것이고 미래의 거리는 이렇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과학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시간 순서대로 담아내는 작업인 것이다. 시야를 조금 더 확장해보자면, 이 시나리오는 개별 기술이 사용되는 개별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단 하루의 짧은 삶을 조망한 시나리오에도 사회 전체의 변화된 모습이 총체적으로 담기기 때문이다. 과학적 발견 혹은 발명은 다층적인 맥락에서 새롭게 자리 잡아야 한다.

과학자들과 소설가들이 제각기 상상하는 미래는 생각보다 다르지 않다. 이소연 씨를 우주로 쏘아올린 것이 과학기술이라면, 그녀가 그곳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것에 착안하여 이야기를 꾸미면 소설이 된다. 이때 사건을 정리하고 구체화시키는 시나리오는 과학자에게도 예술가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미래를 향한 시나리오를 과학자와 예술가가 같이 써야 한다. 언제까지 미래를 둘로 쪼갤 수는 없다. 우리의 미래는 하나이고 그 미래는 함께 꿈꾸는 자의 것이다.

<김탁환 소설가.카이스트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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