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담 속 지역사회통합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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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우, 제주대학교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논설위원

고령화와 코로나19 이후 변화되는 일상 속 돌봄의 문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일상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 주도형 정책이 지역사회통합돌봄 즉, 한국형 커뮤니티케어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2019년부터 선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분야는 대구 남구와 함께 제주시가 유일하다. 장애인 선도 사업은 2021년부터 융합모형의 보편적 운영모형을 제안하고,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목표로 탈시설 및 재가장애인의 지역사회 삶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선도 사업 초기 탈시설에 대한 여러 논쟁이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2021년부터는 지역사회 자립생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듯하다.

제주시 선도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보게 되면서 무심코 지나치던 돌담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혹자는 제주 돌담을 이웃과 공생하려는 제주민들의 공동체 정신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돌담의 짜임새를 보면 제주민들의 삶의 지혜와 마을을 중심으로 이웃 간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아왔던 제주민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듯, 돌멩이의 생김새도 제각각이고 다르다. 돌담을 유심히 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금방 무너질 것만 같다. 하지만 큰 돌과 작은 돌이 각각의 생김새에 서로 맞춰가며 기대어 있는 것처럼 단단하게 쌓여져 있다. 아무리 강한 태풍이 와도 돌담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다. 흡사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강한 부분은 나눠주면서 서로 더불어 살아가려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이 추구하는 미션이 아닌가 싶다.

장애인 선도 사업은 장애인 당사자가 삶의 주도권을 갖고 지역사회 공동체 일원으로 통합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제주시는 장애인 선도사업을 추진하면서 민-민-관의 변화된 수평적 상호협력적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사례 관리와 달리 읍·면·동 통합돌봄 창구와 함께 다양한 민관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지역케어회의가 실시되면서 당사자의 문제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선도 사업을 통해 분절적으로 제공되던 복지서비스의 포괄적 제공도 나타났다. 한편,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행복플래너(=케어매니저, 통합사례관리)의 중요성과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될 부분도 분명해졌다.

장애 특성상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의 분절성 극복은 여전히 풀어야할 문제이다. 하지만 지역보건의료센터의 개소와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만하다. 기대와 달리 효과가 덜한 주치의 제도 역시 읍·면·동 의원을 활용한 (가칭)장애인지정병의원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다음으로 장애인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립생활을하기 위해 필요한 행복플래너와 종합사례관리기관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문제이다. 이는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립되는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히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분리와 배제가 아닌 공동체의 회복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장애에 대한 시선과 인식 개선부터 차곡차곡 돌담을 쌓아올리듯이 꾸준히 노력하면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독특하고 견고한 돌담처럼 선도 사업의 안정적 정착을 통해 따뜻한 지역사회통합돌봄 제주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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