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골절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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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고사성어 중에 계륵(鷄肋)이라는 말이 있다. 닭의 갈비뼈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사물 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난처한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말은 후한서(後漢書) 양수전(楊脩傳)에서 유래한 말로 위()나라 조조(曹操)가 촉()나라 유비(劉備)와 한중(漢中)이라는 지역을 놓고 전쟁을 벌일 때의 일이다. 한중은 토지가 비옥하고 물산이 풍부한 전략 요충지로서 조조와 유비 중 누가 이 땅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서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지역이었다. 두 세력의 싸움은 수개월 동안 이어졌다. 식량이 바닥나고 사기도 떨어지자 조조군에서 도망치는 군사가 늘어났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조조에게 닭국이 바쳐졌다. 조조는 먹자 하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의 갈비가 꼭 지금의 상황과 같다고 생각됐다. 그때 장수 하후돈이 야간 암호를 정하려고 찾아왔는데 조조가 무심코 계륵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모두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할 때 행군주부로 있던 양수(楊修)만이 조조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놀라 그 까닭을 묻자 양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닭의 갈비뼈는 먹을 만한 데가 없다.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깝다. 공은 돌아가기로 결정하신 것이다.”

양수는 고기가 별로 없어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부위인 계륵과 마찬가지로 한중 지역이 버리기는 아깝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지킬 만큼 대단한 땅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조조의 의중을 파악한 것이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조조는 이튿날 철수 명령을 내렸다.

우리가 늑골골절로도 알고 있는 갈비뼈골절은 전체 외상환자의 약 25% 정도에서 동반되는 가장 흔한 흉부외상이다. 미국의 경우 외상통계자료를 보면 연간 35만 명 이상의 환자가 갈비뼈골절로 치료를 받고 있고 매년 3000명 이상이 수술적 치료를 받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발성 외상환자에서는 갈비뼈골절의 정도와 환자의 중증도가 비례하기 때문에 손상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갈비뼈골절의 개수, 모양, 어긋난 정도, 합병증 발생유무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갈비뼈골절이 있으면 외상성 혈액공기가슴증, 폐좌상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다발성 분절골절로 인한 동요흉의 경우 불안정 흉곽운동으로 기관삽관이 필요한 응급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갈비뼈골절은 단순골절로부터 동요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각각의 골절에 따라 치료가 다르게 시행돼야 하므로 병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갈비뼈골절은 계륵이라는 고사성어의 뜻처럼 치료에 있어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되지만 자칫 소홀하게 방치했다가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부위의 골절은 뼈가 조금만 어긋나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갈비뼈의 골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두어도 잘 붙는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오해가 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뼈의 골절이든지 아무런 노력 없이 저절로 맞춰지는 경우는 없다. 갈비뼈가 부러지면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면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생각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필요 없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합병증이 발생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골절 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정형외과 개인병원에서 외상센터로 전원하는 외상환자에서 주로 발견된다. 일단 골절되면 무조건 골절정복 후 고정을 시행하는 사지의 골절과는 달리 호흡운동으로 항상 움직이고 있는 갈비뼈에 발생한 골절은 부목 등으로 고정할 수 없으므로 치료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갈비뼈는 흉곽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우리 몸에서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심장과 폐를 보호하는 보호 장비 역할을 한다. 그리고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폐의 흡기와 호기를 반복하여 기체교환을 위한 호흡운동을 담당한다. 이것만 보아도 갈비뼈는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 역할과 기능에 대해 별다른 인식이 없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갈비뼈골절 환자의 골절부위에 부목을 대기도 하고 외부견인을 하는 등의 실험적인 치료를 시행하거나 처음부터 다른 치료 없이 인공호흡기를 적용해 골절정복을 유도하기도 했다. 갈비뼈골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이러한 치료가 효과가 없었던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만약에 갈비뼈의 골절이 심하다면 심장과 폐의 손상도 심각할 수 있으며 당연히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 우리가 가진 갈비뼈골절에 대한 오해가 걱정스럽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고령의 환자에서 심장이나 폐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에는 치료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위험군 환자에서는 무기폐, 폐렴 등의 호흡기 합병증이 흔히 발생하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호흡부전으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장기간의 인공호흡기 치료와 기관절개술까지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갈비뼈골절 치료는 다른 부위의 골절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갈비뼈골절 환자에서 골절부위가 불안정하다고 복대 등의 압박 구조물을 적용하는 것은 절대 금기이다. 갈비뼈골절로 흉곽의 안정성이 소실된 상태에서 흉벽을 압박하는 구조물로 인해 호흡운동이 방해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한 호흡기 합병증 발생이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갈비뼈 골절이 있는 경우에는 통증조절이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치료는 환자의 고통을 줄여서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통증이 줄었을 때 심호흡과 기침을 잘 하면서 가래를 효과적으로 뱉어냄으로써 무기폐, 폐렴 등의 호흡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 중요한 목표이다. 만약 갈비뼈골절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진통제나 무통시술로도 조절되지 않는 통증이 지속되거나 골절부위의 비정상적 움직임으로 정상적인 호흡운동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조기에 전신마취 하에 갈비뼈골절 정복고정술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증조절과 호흡운동 등의 보존적 치료 중에도 무기폐,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적극적인 객담배출과 강화폐활량계(inspirometer) 운동을 통해 환자의 폐기능을 개선시켜야 한다. 통증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호흡기 합병증 발생도 없다면 되도록 빨리 보행을 포함한 운동을 시작해 전신 회복속도를 높여주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갈비뼈골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대로 정리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갈비뼈골절 환자에게 복부수술 후에 감는 복대를 흉부에 조여서 오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동요흉을 포함한 심한 갈비뼈골절 환자가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서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불행한 일도 더 이상 당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권역외상센터의 사명은 외상환자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기에 근거 없는 지식과 경험으로 인해 살릴 수 있는 생명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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