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본 연구 ‘토지·수용성·계층·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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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제주 사람으로서 제주를 사랑하는 내 나름의 방식은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터득하게 된 지역감수성을 기반으로 지역 연구를 열심히 해서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연구를 시작할 즈음 첫 관심은 의례에 대한 것이었다. 집안경조사 의례에 열과 성을 다하시는 부모님으로 인하여 지역사회와 의례,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일찍부터 가져왔다. 그러다 마을의례 조사를 다니면서부터는 의례와 4·3사건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4·3사건에 대한 관심은 다시 지역공동체와 자발적 결사체 등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의 영역이 넓어지고 연구 영역도 넓어져 갔다. 후에는 제주를 넘어 다른 지역 및 해외 연구도 하게 되었다. 로컬(Local)에서 글로컬(Glocal)로 나간 셈이다. 그러는 사이 지역사회에 대한 나름의 통찰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지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과 사회적 갈등들에 대한 문제 해결 방식을 보게 되면서 제주에서 매우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연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주제에 대한 연구의 궤적과 계보의 부재는 현재 제주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근원적인 자원의 부재와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주는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자원으로 인하여 이 자원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원을 적절히 안배하거나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이 자원의 일차적 문제는 토지라고 생각한다. 제주지역에서 토지자원에 대한 소유와 관리의 문제는 오늘날 많은 지역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제한된 땅이 수십만 개로 쪼개질수록 이해관계자들은 더욱 많아지고 이해관계는 더욱 얽히는 사유지의 비극이 제주에서 가장 근원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제주의 땅을 전부 공유화하자는 말이 아니다. 투기와 난개발을 막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두 번째는 수용성 문제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어떠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이 섬에서 수용 가능한 것인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인구, 교통, 쓰레기, 오폐수, 하수, 에너지, 문화, 건물, 자원 등 수많은 부분에서 이 수용성 문제를 따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꽉 막힌 ‘그리드락(Gridlock)’시대를 맞았고, 섬 생활에 대한 주민 스트레스는 증가하고 사회적 기회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세 번째는 계층에 대한 연구이다. 전통적인 제주공동체를 이야기할 때 모두가 ‘삼춘(삼촌)’이고 모두가 ‘괸당’이라고 할 만큼 평등한 사회였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날 전통적인 공동체를 중시하던 마을들은 이익사회로 전환되고 있고, 다양한 직업군과 자산(재산), 신분, 학력 등이 배치되는 계층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이전의 사회구성원에 대한 관점으로는 오늘날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계층문제는 정책을 수립하고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져 본 적이 없다.

네 번째는 그린사회에 대한 연구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탈근대사회 현상은 그린신드롬(Green Syndrome)이라 불릴 만큼 그린과 관련된 것들이 확대되고 있다. 제주사회에서도 그린신드롬이 커지고 있다. 이 그린신드롬은 자연환경을 쫓아 제주로 이주해오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먹을거리와 생활환경 전반에 대한 삶의 질 향상과 연결되어 있다. 이 네 개의 주제는 제주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주제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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