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안보위협’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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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



지난 달 초순 전북지방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이제는 다른 지역으로까지 옮겨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이 높아가고 있다. 관련 축산업자는 애지중지 기르던 닭, 오리 등을 모두 살처분 해야 하는 등 우리 사회 전체가 입을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으니 피해 당사자들과 농정당국의 애타는 마음을 어찌 다 표현 할 수 있으리.

사실 조류 인플루엔자는 과거에 우리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가금류 전염병으로서 국가경제와 사회일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막대하다. 발생했다는 보고가 접수되면 급속한 전염 위험 때문에 수㎞ 반경 지역 내의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 해야 하고 대외 수출마저 끊기니 경제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이랴. 인간에 대한 오염 가능성 때문에 닭과 오리 등과 관련된 국내 소비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고 하니 우리 사회 전체가 입을 피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과거에는 우리가 대치하고 있는 군사적 위협만이 우리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이제는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새로운 요인들도 경제·사회 불안에 한 몫하고 있으니 우리의 안보에 대한 위협요인은 매우 다양해 진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이 꼭 군사적 위협은 아니더라도 한 나라의 경제·사회적 안정에 해를 끼쳐 종국에는 국가의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우리는 ‘비전통적’ 또는 ‘비재래적’안보위협이라고 부른다. 몇 년 전 동남아지역에서 창궐했던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와 같은 전염질병과 테러·마약 등이 이러한 ‘비전통적’안보위협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또한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등도 비전통적 안보위협 요인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이들은 비록 군사적 위협의 형태는 띄지 않지만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막대하여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만큼 한 나라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21세기형 안보위협’으로 불린다. 전통적인 군사위협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들 21세기형 안보위협 요인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3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째, 행위주체와 발생 원인이 불분명하여 사전 대비가 힘들다는 점이다. 둘째, 위협이 현실화 되었을 때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치유과정도 일회성이 아니며 장기적이라는 점이다. 셋째, 위협에 대한 대비나 실제 위협 발생 시 해결을 위한 대응은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들 이외에도 새로운 21세기형 안보위협 요인이 던져주는 또 다른 중요한 시사점은 이들이 결국은 한 국가 또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개별 인간의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 삶의 질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찍이 유엔개발계획(UNDP)은 여러 가지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안전과 삶의 질을 보호 할 수 있는 이른바 ‘인간안보’(human security)개념을 설정, 개인의 삶과 관련된 안전과 안보가 국가안보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즉, 최근 나타나고 있는 비전통적 안보위협 요인들은 결국 개인의 삶과 관련된 식량·건강·고용·환경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국가의 우선적 책무는 비전통적 형태의 새로운 위협들로부터 사회의 기본 구성원이 되는 개인-즉, 인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북한이나 이웃 국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를 지켜야 하는 것은 어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조류 인플루엔자의 발생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즉, 인간의 안전과 삶의 질에 위험이 되는 모든 요인은 안보 문제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우리도 하루 빨리 전염성 질병 그리고 기후변화 등과 같은 새로운 21세기형 위협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차원에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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