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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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엄창록, 일반인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영화 ‘킹메이커’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를 배경으로 고(故) 김대중 대통령(설경구 분)과 선거 책사(이선균 분)로 활약했던 엄창록(1988년 사망)을 모티브로 했다. DJ는 1954년에 목포에서, 그리고 1958년, 1959년, 1960년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연거푸 실패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1961년 인제 보궐선거에서 다섯 번째 도전한다. 이 시기에 엄창록은 DJ와 인연을 맺는다. 그는 “상대 후보에게 숨겨진 아이가 있다”라는 헛소문을 퍼뜨려 DJ 당선에 일등 공신이 된다.

1967년 제7대 총선거에서도 목포에 출마한 DJ를 따라간다. 당시 선거전이 얼마나 치열했던지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목포에서 두 번이나 국무회의를 주재했고 직접 유세도 했다. 이때부터 엄창록은 확실하게 선거 전략가로 부상한다.

▲엄창록은 ‘마타도어의 귀재’, ‘선거판의 여우’로 불린다. 한국 네거티브 선거 기법의 원조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돈 봉투 줬다 뺏으며 상대방 캠프 이름 대기’, ‘상대방 후보 이름으로 유권자를 음식점에 초청했다 헛걸음치게 하기’ 등의 야비한 수법을 거리낌 없이 구사했다.

목포 총선 땐 여당이 유권자들에게 선물 공세를 펼치자 야당 선거운동원을 여당 선거운동원으로 가장토록 해 여당이 뿌렸던 선물을 잘못 전달됐다며 도로 가져온다. 사람의 심리는 애초에 안 주는 것보다 줬다 뺏으면 기분이 더 나쁘기 마련이다. 유권자들 입에서 ‘공화당 놈들’이란 쌍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분노를 유발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 것이다. 그러고 나서 회수한 물품을 재포장해 이번엔 야당 선거운동원들이 야당의 선물이라고 배포하며 환심을 샀다. 그의 전략이 얼마나 탁월했던지 중앙정보부가 회유와 포섭에 나설 정도였다.

그렇다고 그의 행위가 마냥 비열했다고 치부할 수 없다. 여당의 관권과 금권선거에 맞서 머리를 굴리며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짜냈다고 볼 수도 있다. 일종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오늘(15일)부터 20대 대통령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승부의 윤곽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이지만 ‘내 편 네 편’은 더 공고해졌다. 엄창록이라면 어떤 전략을 구사할까. 확실한 것은 ‘잡은 물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라고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중도(中道)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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