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사고 유발한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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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신호등이든, 빨간신호등이든, 교통신호등의 궁극적 목적은 사고 예방에 있다. 횡단보도에서 차량과 행인의 통행 질서를 바로잡아 줌으로써 사고를 방지하고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는 게 신호등의 역할이다.

교통신호등이 이러한 역할을 다하기는커녕 도리어 사람과 차량을 사고의 함정으로 몰아넣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절초풍할 일이다.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제주시 서문로터리 횡단보도에서다.

이 횡단보도 길이는 제주도내에서 가장 긴 45m나 된다. 그럼에도 파란불이 켜지는 시간은 겨우 25초에 불과하다. 성인 남자의 경우 45m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는 약 30초 정도가 걸린다는 게 통설이다. 하물며 노약자.부녀자들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이 횡단보도를 다 건너기 5초 이전에 빨간신호등이 켜진다는 결론이며 이때쯤이면 대기하던 차량들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특히 서문로터리 횡단보도 양쪽에는 주차장 차량들로 인해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아차 하면 교통사고가 일어나게 돼 있다.

3일 전인 지난 16일 제주에 관광왔던 싱가포르의 50대 여인이 바로 이 횡단보도에서 승합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도 그러한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한다. 신호등이 한 외국 관광객을 죽음의 함정에 빠뜨린 셈이다. 위험한 횡단보도의 여건을 방치한 당국에도 일부의 책임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길이 45m의 횡단보도를 25초에 건너려면 푸른신호등이 켜지는 순간 달음박질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부근 주민들의 얘기다. 몇 초나마 출발이 늦으면 중도에서 빨간신호등을 만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국이 이러한 위험을 왜 지금까지 방치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교통신호등을 비롯한 제반 도로 여건들이 행인 위주가 아니라 차량 위주로 설계된 탓이 아닌지 모르겠다.

경찰과 행정기관 등은 이번 일을 계기로 도내 교통신호체계는 물론, 횡단보도를 포함한 모든 도로 여건을 총점검해 보아야 한다. 결함이 있음에도 그대로 방치해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귀중한 인명을 사지(死地)로 몰고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관광지 제주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이러한 도로 환경은 조속히 개선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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