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에게 CPTPP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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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만 해도 바나나 한 다발 가격은 3만 4000원이었다. 한 다발에 바나나 15~20개가 있다고 치면 개당 2000원 내외였던 셈이다. 당시 라면 한 봉지가 100원이었으니 바나나 한개가 라면 스무 봉지에 해당했다. 이런 ‘귀족 과일’이 국내에서 흔해지게 된 것은 보호무역주의 철폐를 목적으로 1986년 우루과이에서 첫 회합을 한 ‘우루과이 라운드’ 때문이다. 이 협정으로 농산물의 시장 개방은 시작했다.

1991년부터 바나나에 대한 수입 제한이 풀리면서 소비자들은 싼값에 먹을 수 있었으나, 제주도내 재배농가들은 애써 가꾼 바나나를 울면서 베어내야 했다. 그야말로 우루과이 라운드는 ‘우르르~꽝 라운드’였다.

▲정부가 오는 4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키로 했다. 이 협정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본·캐나다·호주·브루나이·싱가포르·멕시코·베트남·뉴질랜드·칠레·페루·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가입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CPTPP는 관세 철폐율이 96%에 이를 정도로 개방 수준이 다른 FTA에 비해 상당히 높다. 수출을 주력 산업으로 하는 국가의 입장에선 이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농어업 분야다. 캐나다·호주·칠레 등 회원국 상당수가 농업 강국이라는 점에서 국내 농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쌀을 제일 먼저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산 사과·배 등의 과일도 신선 상태에서 수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은 병충해 등을 이유로 수입을 금하고 있지만, CPTPP 가입 이후에는 엄밀한 과학적 근거자료 없이 수입을 금하는 게 불가능하다. 제주산 감귤로써도 남의 일이 아니다. 정부나 농협·축협 등의 각종 지원책도 규제를 받는다. 어업 분야에선 수산보조금이 축소, 폐지되고 수입 수산물을 대량 반입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농어민 단체 등이 CPTPP 가입에 반대하며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루과이 라운드 당시엔 1000만 명이 농산물 수입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런 전례를 의식해서인지 대선을 앞두고 농어업 분야에도 각종 사탕발림식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CPTPP 가입 신청을 4월로 미룬 것도 농어민 표에 대한 계산이 작용한 듯하다.

이래저래 대선 이후엔 먹구름이 크게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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