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느티나무
  • 김광호
  • 승인 200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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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는 귀목나무 또는 규목(槻木)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제주지방에서는 ‘굴무기’로 더 알려졌다. 아마도 귀목과 규목에서 파생된 방언이 아닌가 생각된다.

느티나무 자생지는 우리나라 전역과 중국, 몽골, 시베리아, 유럽 등 광범위하다. 하지만 ‘굴무기’ 하면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나무로 착각할 만큼 도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나무로 꼽힌다.

마치 한라산이 원산지인 양 생각될 정도로 느티나무가 도민들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진짜 한라산이 원산지인 왕벚나무보다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느티나무는 무엇보다 재질이 단단하다. 나뭇결의 광택이 고와 가구, 실내장식품, 목각제품, 악기 재료 등 용도가 아주 다양하다. 제주에서는 주로 가구와 건축자재로 사용돼 왔다.

특히 느티나무로 만든 궤를 가장 쳐주었다. 시집 가는 신부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가구였다. 궤 2채(개)에 이불 3채만 되면 넉넉한 혼수품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형편이 좀 풀린 집안일 경우이고, 대체로 느티나무 궤 1짝만 있어도 감지덕지였다.

1950년대 이전 제주의 가구래야 궤, 단문갑(單文匣), 뒤주 정도가 고작이었다. 궤에는 주로 의류를 보관했고, 단문갑에는 서류와 문구(文具) 등을, 뒤주에는 곡식 등 식량을 저장하고 보관했다.

이밖에 평좌식 책상과 문서함 등이 있었는데 주로 느티나무를 재료로 사용했다. 비자나무, 녹나무, 산벚나무(사오기), 가시나무, 멀구슬나무 등도 건축재와 가구 민구류 등으로 사용됐지만 느티나무처럼 다양성을 띠지는 못했다.

지금 느티나무가 흔치 않은 것도 이처럼 건축자재와 궤 등 가구 재료로 대거 잘려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도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굴무기나무가 거의 사라져버린 데 따른 아쉬움이 크다.

삼나무, 해송 위주의 산림녹화사업이 마침내 느티나무 등 경제수종으로 바꿔 추진된다고 한다. 오랜 치산녹화로 산림은 푸르러졌지만 쓸모있는 재목은커녕 가구용 나무는 길러내지 못했다.

올해 식목일은 느티나무를 많이 심는 날이 됐으면 한다. 느티나무숲에서 조상의 얼을 기리는 그날을 생각하며 열심히 나무를 심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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