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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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언, 서귀포문화원장·수필가

제주의 4월은 찬란하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더 많이 제주를 찾는다. 노란 유채꽃과 벚꽃길이 조성된 녹산로, 벚꽃축제가 진행되는 전농로, 제주대학로와 도두봉, 대평리 벚꽃길 등 벚꽃이 조성된 곳마다 상춘객으로 붐빈다. 이뿐이랴 한라산 탐방객과 제주바다에서 봄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이 웃음소리가 제주를 축제장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찬란한 4월에 제주인의 가슴속에는 눈물 또한 끊어내지 못하는 아픔이 자리한다. 바로 제주4·3이다. 얼마 전 제주4·3의 아픔을 담은 뮤지컬 ‘동백꽃 피는 날에’라는 작품이 스펀지처럼 나를 흡수해 버렸다. 지난 4월 1일부터 2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제주4·3 창작뮤지컬 ‘동백꽃 피는 날에’ 공연이 있었고, 나는 첫 공연을 관람하였다. 4·3의 아픔을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담담하게 풀어내었고, 요소요소 재치 있는 재미 속에서도 관객들을 울음 울게 만드는 겸손한 아름다움을 전해주었다. 100분간 이어진 공연이었지만 금새 지나간 느낌이 들도록 관객 몰입도가 높았다. 줄거리는 제주시 북촌마을에 새로운 항구와 대형리조트를 개발하려는 거대 자본 개발자들과 이를 반대하는 제주4·3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한 할머니의 가족사랑 이야기다.

할머니의 집과 동백나무는 도시개발 설계도 한 가운데 있었고, 개발업자는 이 땅이 꼭 필요하였다. 그래서 개발업자는 마을의 이장과 부녀회장을 동원하여 할머니를 설득해 보지만 통하지 않는다. 다급해진 개발업자는 할머니 아들의 아픈 과거를 이용하여 결국 할머니 집과 동백나무를 넘기게 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할머니 집에 있는 동백나무에는 사연이 있었다. 동백나무 아래는 불에 탄 흔적으로 죽은 나무처럼 보이나 위쪽으로는 줄기와 잎사귀가 정상인 나무이다. 그러나 이 동백나무에는 ‘꽃이나 열매가 맞지 않는 기이한 나무’로 알려져 특종 취재차 서울에서 온 기자의 취재 이야기로 제주4·3를 풀어내었다. 그 동백나무 밑에는 4·3 때 죽은 동생의 ‘제’ 위에 나무를 심었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 신창중학교 학생들이 가슴에 붉은 동백 꽃사지를 달고 단체 관람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나누어 주었는지 궁금하여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이 전한 바에 따르면 신창중학교에서 서울의 중학교에 동백꽃 배지를 보냈고, 배지를 받은 서울의 학교에서 학교활동으로 동백꽃 꽃사지를 만들어서 신창중학교로 보내왔다고 한다. 이렇게 제주4·3은 제주 사람만이 아픔이 아니라 전 국민이 가슴에도 파도가 인다.

오늘 공연에서 나는 우리 주변에서 개발로 인해 일어나는 많은 지역갈등을 이야기 한다고 본다. 4·3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꽃이 안 피는 한 그루의 동백나무가 아니라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개발을 통해 부를 얻으려는 사람과 보존을 통하여 소박한 행복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일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할머니가 마주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몸부림을 바라보며 개발과 보존의 비상사태에서 ‘오래된, 지나간, 옛것이라는 편견’ 속에서 또 다른 안간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 늘 야속하게 느껴진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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