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둘째들이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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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반항아' 출간
찰스 다윈(1809∼1882)의 진화론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못지 않은 충격파를 일으키며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하느님이 창조한 위대한 인간이 사실은 원숭이의 후손이었다고 주장하다니! 서구 기독교사회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수용되기까지는 실로 격심한 논쟁이 있었다.

1831년 비글호를 탈 때까지만해도 스물두살의 청년 다윈은 독실한 창조론자였다. 그는 여섯형제 중 다섯째로 서글서글한 성격 덕분에 대인관계가 좋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물을 조사한 후 5년만에 돌아와 자신이 진화를 믿는다고 인정할 때 "살인을 고백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고민했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고 1859년 11월 마침내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을 출간한다.

34세의 토머스 헨리 헉슬리는 다윈으로부터 '종의 기원' 증정본을 받자마자 "염려 마세요. 사려깊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당신에게 영원히 감사할 겁니다. 앞으로 짖어대고 깽깽거릴 똥개들과 관련해서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용기를 내야합니다"라고 반색했다. 그가 남긴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니 얼마나 어리석은가"라는 말은 유명하다.

반면 다윈에게 지질학을 가르쳤던 케임브리지대 교수 애덤 세즈윅은 "자네 책을 읽었는데, 기쁘기보다는 고통스러웠네"라고 한탄했고, 루이 아가시는 진화가 사실일리 없다며 갈라파고스를 찾아 진화론이 틀렸다는 증거를 억지로 찾아냈다.

하버드대에서 과학사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사가이자 진화생물학자인 프랭크 설로웨이가 쓴 책 '타고난 반항아'(사이언스북스 펴냄)는 혁신적인 생각을 하거나 받아들이는데 출생순위가 미친 영향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논거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맏이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권력욕이 강하고 패기만만하면서 방어적이며, 둘째 이하 후순위 출생자들은 현 상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혁명적 성격을 발달시킨다.

저자는 종교개혁, 프랑스 대혁명, 공산주의 혁명 등 121건의 역사적 사건과 코페르니쿠스 혁명, 진화론, 상대성 이론 등 28가지 과학혁신, 이와 관련된 6천566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역사를 바꾼 인물들은 첫째보다는 후순위 출생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주장한다.

또 혁명적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도 후순위 출생자들이 주도했다고 부연한다.

"급진적 혁명의 초기단계에서 후순위 출생자들이 이단적 관점을 채택할 확률은 첫째들보다 5-15배 높았고, 기술적 혁명과정에서 후순위 출생자들의 지지 가능성은 첫째들보다 2-3배 높았다"는 것이 저자의 통계다.

코페르니쿠스, 다윈, 베이컨, 데카르트, 볼테르, 마르크스 등은 후순위 출생자들이다. 종의 기원을 대뜸 받아들인 헉슬리는 막내였던 반면, 세즈윅이나 아가시 등 골수반대론자들은 맏이들이었다.

여기까지는 일사불란한 듯 한데, 무시하기 어려운 예외들이 있다. 프로이트와 뉴턴, 갈릴레이는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받은 맏이였다.

저자는 갈릴레이의 경우는 여동생과 9살 차이가 나는 사실상의 외동아이로 동생과 터울이 많이지는 외동아이들은 후순위자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진화론의 자연선택설을 가족에 적용, 형제자매의 가족 내 생존경쟁이 개인의 성격을 형성하고 나아가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왔다고 주장해 진화심리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허문 시도자체는 이색적이다.

원제 Born to rebel. 정병선 옮김. 874쪽. 4만원.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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