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이번에는 제국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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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빼어난 역사 이야기꾼 이중톈이 중국의 제국 시스템을 분석한 책을 내놓았다.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에버리치홀딩스 펴냄)는 2000년을 이어온 진ㆍ한ㆍ당ㆍ송ㆍ원ㆍ명ㆍ청 등 중국제국들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그들이 멸망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을 깊은 통찰로 풀어낸다.

그는 중국역사가 방국(邦國)시대(봉건시대)에서 제국 시대로 나아갔고 다시 공화-민주-헌정이라는 역사적 흐름에 따랐다고 전제한다.

방국시대는 서주시대에서 진시황이 6국을 통일하기까지의 기간을 가리키고 제국시대는 진시황이 진제국을 수립한 이래 청나라 멸망까지이며 공화시대는 신해혁명 이후를 가리킨다.

책의 초점은 왕조가 끊임없이 계속 교체되면서 명맥을 이어간 제국 시대다.

이중톈은 제국제도는 '태독(胎毒)'처럼 화근을 안고 있었으며 제국들은 제국 시스템이 가진 자체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멸했다고 본다.

제국들은 결국 황권 강화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천자의 정치 강령이 와해하기 시작하면 작은 타격에도 견디지 못했다는 것.

제국들은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해 유가의 '덕치(德治)'를 2천년간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았으나 폭력정치 위에 온정이라는 외피를 걸친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게다가 제국은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하다가도 규모가 커지면 통제가 불가능해 관리들에게 권력을 나눠줄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다시 권력 통제에 나서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봤다.

"제국의 제도가 끊임없이 성숙하고 완벽해지는 과정은 중앙집권의 강화로 표현되었다. 진은 군현제를 창립했고 한은 이를 따랐다. 수는 과거제를 창시했고 당은 이를 활용했다. 송은 문관제를 창립했고 명은 이를 좇았다. 명은 각신제를 만들었고 청은 이를 따랐다. 그러나 집권이 강화되면 될수록 점점 엉망이 되어버렸다"
이중톈은 중국의 봉건제도를 그리스 도시국가나 유럽 중세 봉건제도와는 구별했다. 수평적인 관계였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관계와 달리 중국의 봉건제도에서는 제후국들 위에 천자가 존재했다.

이중톈이 2003년 11월에 탈고한 책은 홍콩에서 2005년에 출간됐으나 중국 본토에서는 2007년 11월에야 출간됐다.

14일 개막하는 2008서울국제도서전의 중국 주빈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첫 방한하는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피와 땀으로 쓰여진 감히 '이중톈 최고의 역작'이라고 자부한다"며 "전부터 일의대수(一衣帶水. 한 줄기 띠와 같은 좁은 강물이나 바닷물을 사이에 둔 인접국)의 나라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14일 오후 4시부터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독자사인회를 갖고 15일 오전 9시30분부터는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작가 이문열과 삼국지 관련 대담을, 17일 오후 2시에는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독자강연회를 갖는다.

심규호 옮김. 442쪽. 1만8천원.(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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