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 삼는 할아버지의 짚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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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원 그림동화 '짚' 출간
굵은 마디가 불거진 검은 손이 짚을 만지고 있다. 거칠고 단단한 손이다. 짚 가닥을 비비고 꼬는 손은 투박하지만 빈틈이 없다.

손의 주인은 짚 여러가닥을 비비고 꼬아 새끼줄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른 풀이 보이지? 이것은 짚이야. 짚 중에서도 볏짚이지… 짚은 귀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 농촌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으니까. 생김새가 특별한 것도 아니야…지금 사람들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할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짚은 소중한 것이었단다"
이야기가 무르익으면서 짚은 점점 형체를 띠어가고, 손의 주인은 발까지 동원해 어느새 야무진 짚신 한켤레를 만들어낸다.

손의 주인은 "어디, 잘 맞는지 볼까?" 하고 웃음지으며 얼굴을 드러낸다.

새마을 모자를 쓰고, 검버섯이 얼굴 군데군데 나 있는 노인. 그는 분명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신이 나서 짚신을 신어보는 갈래머리 소녀는 시골 할아버지댁에 놀러온 손녀일까.

사계절출판사의 우리문화그림책시리즈 제13편 '짚'은 작가 백남원 씨가 짚신을 삼는 할아버지의 손을 주인공처럼 그려낸 정갈한 그림책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를 앉혀놓고 조곤조곤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옹이박힌 그의 손을 보노라면 문득 콧날이 시큰댄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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