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최측근 운영 제주 골프장 전격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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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3월 말, 서울서 조사원 30명 파견해 서류 100박스 압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경영하는 제주도의 Z골프장에 대해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를 전격 단행했다. 국세청은 이 골프장 및 관련 사업체로부터 최소 수십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 지난 3월 23일 서울지방국세청 소속 조사인력 30여명을 사전통보 없이 파견해 100박스 분량의 서류를 확보해 조사 중이다. 국세청은 이 골프장이 세금을 탈루한 증거를 일부 수집했으며, 비자금의 일부가 노무현 정권 핵심부로 전달됐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관련 계좌 90여개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z골프장 전경.
이 골프장 대표이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53회)이자 최측근의 하나인 정화삼(62)씨다. 그는 2003년 청주 나이트클럽서 향응을 받아 문제가 됐던 이른바 ‘청와대 양길승 몰카 사건’ 때 현장에 동석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 2006년에는 팔순 노모 명의로 김해에서 사행성 성인오락실을 운영해온 것이 드러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세청 안팎에선 이와 함께 제주도를 관할하는 지방국세청은 부산청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청 인력을 대거 파견해 심층조사(특별세무조사)를 단행한 점과 관련, 이번 조사가 ‘노무현 정권 및 측근에 대한 전방위적 사정’의 신호탄이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심층조사는 사전통보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특별세무조사로 탈루 세액이 거액이거나 금융추적을 위해 보안이 필요한 경우 실시된다.

국세청은 정화삼씨와 함께 이 골프장의 실질 오너인 또 다른 정씨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정씨는 3개의 골프장과 4개의 건설회사, 1개의 스포츠신문사를 가진 재력가이다. 그는 Z골프장이 조성 중이던 2005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정화삼씨를 이사로 영입했다가 5개월 뒤인 그 해 8월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Z골프장은 그 1년여 뒤인 2006년 9월 정식 개장했다. 국세청은 비자금 조성 과정에 그의 골프장과 사업체가 동원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Z골프장 실질 소유자인 정씨는 골프장을 한창 만들던 시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마고우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데 대해 “전부터 (정화삼씨와) 친분을 맺고 있었고, 그 인연으로 영입한 것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서울지방국세청은 현재 철통 같은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조사 일체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서울청 조사국 직원이라 하더라도 관계자 이외엔 조사의 내용과 범위는 물론 조사 중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조사 과정에서 파악된 내용은 실무 국장이 상급자를 통하지 않고 수시로 직접 청장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의 한 인사는 “조사 결과,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관련자료 일체가 검찰로 넘어가 본격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Z골프장은 제주시에 있는 18홀 규모의 골프장으로 2004년 6월 착공해, 2년 뒤인 2006년 9월 4일 정식 개장했다. 골프장 전문가는 “착공부터 정식 개장까지 2년 가량 걸렸으니 당시로선 아주 빠르게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기술이 발전해 잔디 조성을 카펫 깔듯하지만, 당시만 해도 씨를 뿌린 뒤 골프에 적당할 만큼 싹이 올라오게 하는 데만 6개월은 걸렸다는 것. 이 전문가는 “Z골프장은 창립 회원권 가격이 1억원이었다”며 “서울 인근 웬만한 골프장의 개인 회원권이 1억원 안팎이던 시절에 제주도 골프장이 1억원에 분양된 데다, 1차 분양분이 완전히 동나 화제였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이 골프장의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전문가들은 골프장의 개발이나 운영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시행사와 시공사가 손잡고 개발비용 일부를 빼내는 방법 △창립회원권을 회사 관계자들에게 싸게 분양한 뒤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방법 △운영 과정에서 수익을 축소 신고하는 방법 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골프장을 조성하려면 땅값을 제외하고도 홀(hole)당 평균 25억~30억원이 든다”며 “개발비용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할 경우, 그 규모는 통상 공사비의 5~10% 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천만원이 오가는 골프장의 특성상,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며 “신분 노출을 꺼려 카드보다는 현금을 선호하는 일부 이용객의 행태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화삼씨 누구인가

노 전 대통령 40년 친구… 강금원·박연차씨와 함께 ‘후원자 3인방’
‘청와대 양길승 몰카 사건’ ‘사행성 성인오락실 운영’으로 구설

Z골프장 대표이사 정화삼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다. 1947년생으로 나이는 노 전 대통령보다 한 살 적지만 고교 시절부터 절친했던 단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탄핵소추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가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상대로도 알려져 있다. 정씨의 어머니 신모씨는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집으로 데리고 오면 내 새끼처럼 밥을 해 먹였다”는 말로 정씨와 노 전 대통령의 관계를 설명한 바 있다. 정화삼씨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숨은 후원자 ‘3인방’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운신의 폭을 낮추며 활동해 한동안 존재가 부각되진 않았다.

그러던 그가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된 것은 2003년 7월 소위 ‘양길승 몰카 사건’ 때다. 충북 청주의 K나이트클럽에서 양길승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함께 향응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조사를 받은 것이다. 그는 이로 인해 한동안 조용히 지냈다.

그러나 2006년 8월 팔순 노모 명의로 김해에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시 언론에 등장했다. 당시는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사행성 성인오락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됐을 때다. 정씨는 모친 명의의 오락실에 바다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연타’와 ‘예시’ 기능을 갖춘 ‘리치’란 오락기를 갖추고 영업해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주변 업소 관계자들은 “개장 때 화환이 50개는 서 있어 대단한 사람이 한다는 말이 돌았다”며 “못 벌어도 한 달 순이익이 4000만~5000만원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기는 정씨가 Z골프장의 대표이사를 맡아 제주에 머물던 때다.

정씨는 동아대를 졸업한 뒤 골프공 생산업체인 서울낫소 전무이사와 반도체 제조사인 청주 M사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청주상공회의소 부회장, 열린우리당 충북도당 고문직 등을 맡아왔다. <본사 제휴=조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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