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과 ‘7330원’
성년의 날과 ‘7330원’
  • 김범훈 기자
  • 승인 200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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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셋째주 월요일인 오늘(19일)은 성년의 날이다. 이날은 만 20세가 되는 청소년을 한 사람의 성인으로써 사회가 정식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앞으로 자주적인 인격체로서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예로부터 성인으로서 홀로서기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를 시험했다.

그리고 이를 통과하면 가족과 마을사람들은 좋은 날을 받아 어른이 됨을 마음껏 축하했다.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쪽을 지는 관례(冠禮)는 이런 절차와 의식을 제도화한 것이다. 이른바 성년례(成年禮)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첫 관문인 ‘관’을 치름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무 살이 된다는 생각에 묘한 설렘으로 들뜨기 마련이다.

이를 부추긴 것이 성년축하 선물이란 명목의 서양식 마케팅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성년의 날 3대 선물인 ‘향수’, ‘장미꽃 스무 송이’, ‘이성 친구와의 키스’에 대한 기대로 젊은이들은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허나 지금와선 이 세 가지는 기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추가적으로 고가의 선물을 원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나만의 감동을 전하는, 보다 실용적이고 재미까지 가미된 로맨틱한 선물이 오히려 인기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성년 상품을 팔기위한 상혼만 판치는 분위기다.

“이제부터는 어린 마음을 버리고 성인의 덕을 지녀야 한다”는 성년의 날 의미가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전락한 느낌이다.

▲엊그제 보도엔 성년의 날이 야릇한 분위기로만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자친구와 모텔을 찾으려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유명 호텔은 이미 예약이 끝났고, 더 은밀한 곳을 찾아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록 대도시 얘기지만, 그래도 성년의 날이 ‘성(性)의 날’로 추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기야 이 날을 건전하게 축하해 줄 행사가 없는 상황임에야 남 탓만 할일도 아니다.

마침 우리사회에 중고물품과 재활용품 수익금 등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꽃, 향수, 술 대신에 7300원을 기부 합시다”라는 이벤트를 내놨다.

7300원은 성인이 되기까지 ‘365일×20년’ 동안 하루 1원씩 적립한 금액을 상징한다. 성인이란 첫 발을 내디디면서 기부행위를 통해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보자는 취지다. 가게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신선하다. <김범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