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Y 염색체는 '젖은 넝마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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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 의사이자 해부학자이며 인류학자인 피에르 폴 브로카(Pierre Paul Broca. 1824-1880)는 실어증에 걸린 환자들이 좌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됐음을 확인한다. 나아가 사체 해부를 통해 여성의 뇌가 남성에 비해 평균 181g이 가볍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는 이 뇌의 크기 차이를 나폴레옹 3세 치하인 1861년 이렇게 해석했다.

"여성의 뇌가 작은 것은 여성의 신체가 작은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지적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므로 여성의 뇌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여성이 신체적으로 작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와 동시에 여성이 지적으로 열등한 데서 비롯된다고 추측할 수도 있다."
남성 우월론은 찰스 다윈에게서도 반복한다. 1871년 출간한 '인간의 유전'(Human Descent)에서 다원은 "남녀 간 지적 능력 차이는 무슨 일을 하건, 일이 어떤 것이건, 그 일이 심오한 사유나 이성, 상상력을 요하건 아니면 단순 감각과 수작업을 필요로 하건 간에 결국 여자가 이를 수 없는 지점에 남자가 도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뒤집어 엎은 이는 미국의 여성 생물학자 네티 스티븐스. 풍뎅이 관찰을 통해 그 이전에 존재만 알려진 X 염색체 외에 Y 역색체를 발견하는 한편, 전자가 암컷의 표식인 반면 "(X 염색체에 비해) 이 작은 염색체를 가진 정자들이 남성을 결정한다"는 연구성과를 1905년 발표한다.

남녀 간 지적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견해는 이런 생물학의 연구성과로 부정됐다. 아울러 여성 염색체는 XX, 남성 염색체는 XY라는 통설을 확립하는 단초를 마련했다.

한데 이런 남녀의 염기서열 구성에서 특이한 것은 X는 3개인 반면, 남성을 결정하는 Y는 1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후 생물학은 남성을 결정하는 Y 염색체가 실은 X 염색체에서 퇴화한 유전자이며, Y 염색체는 성의 일부를 결정하지만 X 염색체가 많은 남성적 기능과 인간 생존 기능을 담당하는 사실을 구명해 냈다.

프랑스 출신 논리학ㆍ인식론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올리비에 포스텔 비네이는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X 염색체의 복수'(기린원)에서 호주의 유전학자 제니 그레이브스의 말을 빌려 그 동안 우성인자로 생각한 Y 염색체가 실은 X 염색체의 잔해에 불과한 "젖은 넝마조각" 같은 염색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다.

생물학과 문화인류학의 결합을 시도하려는 이 책에서 19세기까지 서구를 지배한 남성 우월론을 부정하는 근거로 이처럼 염색체를 주목하면서, 외려 남성이야말로 신체적 결함을 더 많이 지닌 채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색맹이라든가 혈우병처럼 X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병은 거의 모두가 남성에게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은 오랫동안 지배 이데올로기로 군림한 남성 우월론을 여성 우월론으로 대치하려 하지는 않으며 미래 지향적인 건전한 남녀 관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화숙 옮김. 464쪽. 2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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