吉人醉와 躁人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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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볼 것도 없이 제주사회를 생각하면서 자문(自問) 해본다.

지금은 무슨 시대인가를.

도(道)가 흔들리고 원칙이 도전받는 시대라는 답이 나온다.

무엇으로 삶의 지침을 삼아야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말과 같다

결국 자문과 자답은 도덕과 예절이 무너지고 사회가 피폐해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함이다.

스스로도 허물 많음이 몹시 부끄럽다.

그래서 엊그제도 누군가 말했다. 우리사회의 혼란과 가치의 혼돈은 당연지사(當然之事)라고.

그럴수록 고결한 인생의 표상이었던 옛 선비들의 따끔한 가르침이 더욱 그리워진다.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이며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이덕무(李德懋 : 1741~1793)는 후진 선비들을 위하여 ‘사소절(士小節)’이란 책을 지었다.

‘선비의 작은 예절’이란 뜻의 이 책은 ‘작은 예절을 세우지 못하면서 어떻게 큰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선비가 갖춰야할 규범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일종의 예절 교과서인 셈이다.

물론 인간으로서 자기통제를 통해 과오를 적게 할 것, 부녀자의 도리와 자제를 가르치는 방법 등 책이 주요하게 다룬 덕목들이 3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부적절하고 억지스러운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몸에 익히고 실천해야할 언행과 성품 등의 명구(名句)는 지금도 유효하다.

▲책은 술자리에서의 사람판별법도 제시했다.

이를 테면 ‘길인취(吉人醉) 선심로(善心露), 조인취(躁人醉) 한기포(悍氣布)’라 했다.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술에 취하면 착한 마음이 나타나고, 조급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 술에 취하면 사나운 기운이 나온다’는 뜻이다.

전자의 경우 술은 인간관계를 더욱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후자의 경우 술은 오히려 인간관계를 해치고 자신을 망가뜨리는 부작용만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충분히 참고해 볼만한 가치가 있겠다.

하지만 모처럼 지인들과 술 한 잔씩을 나누다 보면 술자리는 길어지기 일쑤다.

술 권하는 모습 또한 정겹기 그지없다.

그러다보면 경험상 폭음을 절제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진다.

마음이 조급하다는 증거일 터이다.

불현듯 일주일 남긴 5월 가정의 달을 돌아보며 자문과 자답하는 얘기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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