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한 임시국회 회기가 26일부터 시작됐지만 여야간 의사일정 미합의로 첫날부터 공전됐다.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29일까지 한미FTA비준안 처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민주당은 `선(先)대책 후(後) 비준 입장'을 주장하며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불응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을 18대 원구성과 연계시켜 임시국회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국민을 배신하고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면서 임시국회 소집에 응할 것을 야당에 촉구했다.
안 원내대표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인) 오바마의 언급은 FTA가 한국에 유리한 내용이라는 주장이므로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시키는 게 국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국민이 이해해 주고 야당도 협조해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최고위 브리핑을 통해 "FTA안이 현재대로 비준토록 해 이 조건을 기정사실화 하지 않으면 판이 더 불리해 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의회를 설득하는 기간에 우리가 처리해 우리한테 유리한 조건대로 하는 것이 국익에 최선의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접촉을 재개하는 한편 임채정 국회의장을 면담, 직권상정을 거듭 요청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미국이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비준한다면 독립과 자존심을 스스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농업을 비록한 국내 취약분야에 대한 피해보전 대책마련후 비준안 동의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손학규 대표는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정부.여당이 쇠고기 정국을 FTA 정국으로 국면전환해 모든 실정을 민주당과 야당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쇠고기 협상에서 다 내준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자는 것은 정치공세에 급급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7일 `쇠고기 장관 고시'를 앞두고 이날 고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이달 중 한승수 국무총리를 항의 방문, 고시 연기를 요구하는 등 고시 유예 및 재협상 촉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한편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함께 쇠고기 재협상 관철을 위한 야3당 공조를 해왔던 자유선진당이 이날 이같은 전략을 수정할 뜻을 밝히면서 쇠고기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야권과) 핵심적 공조는 하겠지만 정치적 공세 우려가 있어 전략을 변경키로 했다"며 "우리는 쇠고기 문제를 가급적 17대 국회에서 마무리짓고 18대 국회에서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조기비준을 최우선 과제로 다룰 생각"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