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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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청 농정부서가 아이디어를 냈다.

대도시 소비지에 제주산 농산물판매코너를 세워 상품의 질도 높이고 농민들에게 수익을 듬뿍 얹어주자는 발상이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한농연제주시연합회·제주시농협과 고양시농협 간 협약이 체결됐다.

우선 7개월 간 고양농수산물유통센터내 제주산 특산물판매코너를 운영, 각종 과채류를 선보인다는 조건이다.

여기서 올 1분기에만 제주산 농산물 2190t을 소화해 21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특히 청정 이미지가 각인된 제주산 무는 당초 목표 190t의 5배가 넘는 1010t을 팔아 3억원이 넘는 소득을 창출했다.

또 몇 년 전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당시 북제주군청 지적직 공무원 3명이 힘을 모아 지적도면 전산화작업을 자체적으로 완료해 6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한 바 있다.

그 이전에 돈 들여 맡긴 용역 결과를 본떠 ‘우리끼리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무려 8개월 간 컴퓨터와 씨름했다.

전에 작업한 도면까지 깔끔하게 정비함으로써 되레 도면의 정확성을 기했다.

서귀포시청에서도 비슷한 사례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재정과의 한 직원이 중복 구입 후 사장되고 있는 사무용품 이용률을 극대화해 예산을 아끼는 방안을 연구 발표해 공직사회의 변신을 유도했다.

구성원들이 의식을 조금만 바꾸고 실천한다면 시민들의 혈세로 짜여진 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나아가 주민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값진 사례들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다른 지방에서도 만만치 않다.

늑장행정을 깨는 초스피드로 대학 캠퍼스와 기업체를 각각 유치한 파주시와 동해시, 24시간 민원센터를 운영해 주민을 감동시키는 안산시, 나비·곤충 엑스포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함평군 등등.

무엇이 지역의 강점인지, 뭘 해야 먹고살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주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곳들이다.

최근 제주사회는 화려하고 다양한 정책적 수사(修辭)들이 난무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를 비롯, 평화의 섬, 특별자치도, 세계안전도시, 세계자연유산 등 모두가 제주도의 남다른 위상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이에 따른 각 기관·단체들의 실천결의대회도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제주가 말 그대로 특별한 자치도이자 국제자유도시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에 자못 궁금해진다.

각종 특례의 소극적 이양,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도민 갈등, 무방비 상태인 재해대책, 잇따르는 가스폭발사고 등으로 대부분의 지향점이 물거품이 되는 듯한 양상이다.

잘못하다간 제주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보다는 멀쩡하던 기초자치권만 상실할 채 전국적인 웃음거리로 인식될 판이다.

이런 탓인지 요즘 파격적인 행정규제 개혁으로 주목받는 유화선 파주시장의 행보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는 지난 달 법무부장관이 초청한 특별강연에서 “늑장행정은 공무원들이 뇌물을 먹는 것보다 나쁘다”는 일성을 발했다.

행정업무의 늑장처리로 시민이 경제적·시간적 피해를 보는 것은 공무원이 돈 먹는 것에 비견할 만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유 시장은 무엇보다 ‘시민은 옳고 똑똑하다’는 게 행정의 전제가 돼야하며, 개혁을 외치는 계획이나 전략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했다.

허투루 일할 게 아니라 주민을 감동시킬 작은 일부터 해보라는 충언이다.<함성중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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