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사표..권력핵심 내홍 진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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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측근 퇴진론' 직격탄에 백기
청와대 `왕비서관'으로 불리며 이명박 대통령을 측근 보좌하던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9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직접적 원인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측근 퇴진론'이다.

정 의원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 이어 이날 의원총회에서 잇따라 `권력사유화'와 `인사실패 책임'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퇴진을 종용한 대상이 박 비서관이었기 때문.

박 비서관은 정 의원의 신랄한 공격을 '비열한 인격살인'이라며 반격을 가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백기를 들었다. 그만큼 박 비서관에게 쏠린 여론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박 비서관의 퇴진은 올초 대통령인수위 시절 이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으면서 권력 핵심으로 등장한 때부터 어느정도 예고된 측면이 적지 않다.

당시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함께 청와대 참모진 및 내각 인선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면서 핵심 측근으로 떠올랐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의 적'을 많이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새 정부 출범 초기 잇단 국정혼란의 원인이 인사 실패라는 비난이 불거지자 화살은 곧바로 박 비서관에게로 향했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인적쇄신의 `표적'으로 전락하게 된 셈이다.

특히 박 비서관의 사퇴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당시 각각 정무부시장과 정무담당 국장으로 동고동락했고 지난해 대선과정에서는 함께 `킹 메이커' 역할을 해냈던 정 의원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으로서도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이런 충격을 감수하며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최측근의 사표를 받은 것에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에 따른 인적쇄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일 류우익 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박 비서관이 이날 사표를 냄으로써 내각의 대폭 교체를 위한 명분을 확보했다는 것.

아울러 정국 수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더이상의 문제 제기를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여겨진다.

박 비서관의 사퇴가 정두언 의원을 필두로 한 소장파 의원들이 주장한 `청와대 혁신'을 즉각 받아들인 의미가 있는 만큼 차제에 여권내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새 출발을 촉구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그러나 박 비서관의 퇴진으로 최근 권부핵심의 내홍 양상이 일단락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단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수족'을 쳐내면서 쇄신을 다짐한 만큼 여권에서도 이런 의지를 받아들여 수습에 동참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다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인적쇄신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박 비서관의 사퇴로 인해 오히려 반발감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실제 박 비서관은 이날 정두언 의원의 의총 발언을 접하고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함께 이 대통령을 만난 뒤 눈물을 흘리며 직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절대 왈가왈부해선 안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내부적으로 울분을 토로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모는 "박 비서관의 사퇴로 여권내 알력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새 정부 출범후 청와대 참모들의 실책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여당도 이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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