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봄바람 타고 꽃향에 취해 이 봄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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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흐드러진 제주의 봄 나들이

변덕스런 날씨도 물러가고 봄다운 봄이 찾아왔다. 이제야 제법 계절의 여왕답다. 봄의 전령사들도 서둘러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을 전하기에 바쁘다.

꽃세상이다. 산과 들에는 꽃너울이 원색의 향연을 뽐내고 있다. 삭막한 도심 한복판에도 그림처럼 화려한 꽃길이 펼쳐지고 있다.

매화가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한창 채비를 갖출 이 무렵, 따스한 봄바람에 실려온 벚꽃이 연분홍 화장을 시작했다.

봄꽃의 백미는 역시 벚꽃이다. 겨울의 모진 풍상을 견뎌내며 앙상하게 남아 있던 마른 가지에는 벌써 꽃망울이 부풀기 시작했다.

# '3월의 크리스마스' 처럼 화사

이제 세상이 달라진다. 벚꽃세상으로 들어간다. 모두 차에서 내려 걷는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무리의 화려함이 더욱 눈부시다. 수백여 그루의 벚나무가 내뿜는 어지러운 꽃향기에 푹 안기고 싶다. 아직도 산 정상에 남아 있는 한라산의 잔설을 뿌려놓은 듯 가지마다 눈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3월의 크리스마스’다.

때맞춰 바람이 분다. 꽃송이가 눈발처럼 날린다. 그러나 볼에 닿아도 차갑지 않다. 오히려 얼굴을 갖다대고 따스한 봄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

꽃잎이 길바닥을 덮는다. 발 아래 하얀 융단이 펼쳐진다. 그 위를 아무 생각없이 마냥 걷는다. 그 것만으로도 꿈결인 양 행복에 흠뻑 젖는다. 연인과 함께라면 부담없이 밀어를 속삭이고 싶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사람들도 덩달아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난다. 꽃 빛깔보다 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벚꽃 향기에 취해 거닌다.

밤은 밤대로 또 다른 색깔을 뽐낸다. 가로등 불빛에 물든 벚꽃은 꽃구름 같은 모습으로 근사한 낭만을 선사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벚꽃은 불 붙은 성냥개비 같다. 한번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한꺼번에 진다. 심한 비바람이 한바탕 지나가면 마지막 단 한 번의 꽃비를 길 위에 뿌리고서는 또다시 앙상한 가지만 남겨놓는다.
그래서 서둘러진다.

# 섬 전체가 차례로 벚꽃 세상

지난 18일 서귀포시내 제주월드컵경기장 맞은편 신시가지에 벚꽃이 처음으로 꽃망울을 터트리며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주말이 지나면 벚꽃이 도내 전역을 온통 꽃구름으로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
봄을 근사하게 즐길 수 있는 벚꽃 명소는 근교에 많다.

연분홍빛을 먼저 선사한 서귀포시의 대표적인 벚꽃거리는 중문동 시가지.
천제연폭포 입구에서 중문동사무소에 이르는 도로변에는 서서히 벚꽃이 기지개를 켜며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효돈동 시가지와 예래동 진입로, 강정마을 도로변도 화사한 봄을 즐기는 코스로 빼놓을 수 없는 곳. 벚꽃들이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필 때면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정석항공관 주변 도로도 벚꽃이 필 때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적한 곳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다음달 10일을 전후해 비슷한 시기에 만개하는 유채꽃과 더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남원읍 수망리 남조로에 위치한 고사리축제 행사장 인근 왕벚꽃 군락지도 500여 그루가 심어져 장관을 이룬다.

제주시 근교는 주말이 지나면서 화사하게 꽃을 피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전농로를 시작으로 제주종합경기장 서쪽 벚나무 군락지, 연삼로 등 신제주 일대, 노형로터리에서 무수천 입구 사이, 한라수목원 진입로, 애월읍 광령리 등이 이달 말께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다음달 초부터는 제주대 진입로 양쪽으로 펼쳐진 벚꽃길과, 산천단에서 제주골프장 사이에 조성된 벚나무들이 차례를 넘겨받게 된다.

# 연인과 함께…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며 호젓함을 즐기려는 이들에게는 광령리와, 산천단에서 제주골프장까지 이어진 5.16도로변이 안성맞춤이다. 제주대는 진입로뿐만 아니라 캠퍼스내에도 곳곳에 벚나무들이 산재해 있어 가족이나 연인끼리 벚꽃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산 아래 꽃잎이 질 때쯤이면 벚꽃은 다시 한라산 자락을 타고 띠를 두르며 올라간다.

짐승도 졸려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한다는 나른한 봄날 오후. 그래, 이번 휴일에는 아이들 손잡고 연분홍 봄빛으로 물들고 있는 벚꽃나라에 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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