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데이트 - 사진작가 곽상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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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반쪽 그 속에서 얻은 희망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처지를 남과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불현듯 불행이 찾아오면 ‘왜 하필 나에게’라는 불만을 던지곤 한다.

10년째 한쪽 손을 못 쓰는 불편한 몸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사진작가 곽상필씨(49)도 그랬다.
곽씨는 전직 사진기자였다.

20여 년 전 신문사에 입사한 그는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었다.

산으로, 들로, 심지어 물 속까지 뛰어드는 자신만만함도 있었다.
하지만 소리없이 찾아온 병마는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반신불수’로 만들었다.

1992년 어느 날 서울로, 제주로 뛰어다니던 그가 ‘뇌경색’이라는 복병을 만나 몸 반쪽의 자유를 잃은 것.

그 후 생활은 엉망이 됐고 4년이 넘도록 ‘자포자기’로 지냈다.
그러나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김순택 세종의원 원장과의 끈질긴 인연이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그 때 고비를 넘기자 곽씨가 ‘카메라를 만지고 싶다’고 해서 ‘왼손으로 연습을 해보라’고 권유했지요.”

한때 분신과도 같았던 카메라였지만 한 손으로는 들기조차 버거웠다.
그러던 그가 1997년 여름 김 원장이 지도위원으로 있던 한센병 환자 돕기 제주지역 봉사단체인 ‘다미안회’와 함께 소록도를 따라 나선 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나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의 눈에 비친 소록도의 풍경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2박3일 동안 그 곳에서 살면서 그는 왼손으로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이후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도 다녀왔다.

움직임이 없는 피사체와 때론 흐릿흐릿하기만한 포커스는 1999년 9월 ‘소록도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세종갤러리와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세상과 닫혀있는 섬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소록도 형제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그는 흑백 영상 속에서 어쩌면 자신의 모습을 봤는지 모른다.

카메라를 다시 쥔 그는 몸은 성치 않지만 늘 우리곁에 있는 ‘보통’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이후 2000년에 사진집 ‘상필이기 만난 사람들’ 1집을 내고 김순택 원장과 이동한 춘강 이사장의 후원으로 두 번째 사진집을 발간, 지난해 1월 전시회까지 열었다.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여는 세 번째의 흑백사진전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Ⅲ’에는 제주시, 서귀포시, 남제주군, 북제주군, 추자도와 우도에 있는 장애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지난해 사회복지법인 춘강에서 생활하는 이웃들의 모습을 33점에 담아냈던 그는 이번에 도내 곳곳에 있는 장애인의 일상을 담아 한 권의 사진집으로도 묶어냈다.

“사실 장애인 사진은 너무나 어려워요. 장애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하나 뿐이었는데….”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다는 그의 사진들은 어쩌면 매우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오래 시선이 머물지 않는,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우리들의 면역성’을 잔잔하게 일깨우곤 한다.

오랜 병고를 거치고 난 후 그의 정신과 마음은 매우 맑아 있었다.
앵글에 담긴 장애인들의 모습에서 치열한 삶의 열기와 함께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곽상필씨는

사진기자 생활을 하다 1992년 뇌경색(오른쪽)으로 오른손이 마비된 그는 왼손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센병 환자촌을 소재로 한 ‘소록도 풍경’을 비롯해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이라는 연재물은 그의 따스한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록도를 다녀온 후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재기를 다짐했다는 그를 몇몇 후원자가 남몰래 돕고 있다.

어느덧 장애인만을 찍는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나름대로 장애인들의 생활상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소록도에 다녀왔던 그 때의 소중한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해 조만간 다시 소록도를 찾을 계획이다.

후원 문의 (758)8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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