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작게 만든 강철박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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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이야기 '더 박스' 출간
부산항에 가 본 사람들은 누구나 부두를 따라 쌓여있는 빨강, 파랑, 초록의 거대한 컨테이너들을 기억할 것이다.

마치 산처럼 쌓여있는 컨테이너에 강한 인상을 받은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는 부산을 방문한 뒤 "중심도로에 서면 밀실공포증을 느낄 정도다. 도로가 항구의 모퉁이를 따라 뻗어있는데도 바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쓰기도 했다.

세계 상위의 무역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위상을 대변하는 컨테이너 박스지만 부산항에 컨테이너 박스가 등장한 것은 불과 30여 년 전인 1974년 부산항에 컨테이너 부두가 생긴 이후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운송컨테이너가 운항을 시작한 것은 그보다 20여 년 전인 1956년 4월 26일 유조선을 개조한 아이디얼X호가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58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휴스턴으로 향하면서부터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레빈슨이 쓴 '더 박스'(21세기북스 펴냄)는 멋진 구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평범한 강철박스인 컨테이너 박스가 어떻게 국제무역과 세계 물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는지를 탐구한다.

아이디얼X호가 운항을 시작한 뒤 컨테이너가 곧바로 물류 시스템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다.

노동자들은 컨테이너 사용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저항해 수십 군데의 항구에서 파업을 벌였고 벌크 화물을 취급하는 구식 항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또 컨테이너 규격을 표준화하는데도 수많은 갈등이 빚어졌다.

이 모든 것을 해소해 준 것은 전쟁이었다. 베트남 전쟁에 나선 미국은 많은 군용물자를 전쟁터로 수송하는 데는 컨테이너만큼 유용한 수단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미군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컨테이너의 위력이 발휘되면서 급속도로 국제 물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컨테이너는 다른 분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해상 운송된 컨테이너를 내륙으로 효율적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철도가 발달했으며 컨테이너 사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장비의 발전을 가져왔다.

저자는 또 국제무역에서 기본 이론으로 여겨지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운송비를 변수에 넣지 않았지만 컨테이너 사용과 경제지리학의 변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한국이 가난한 나라에서 지금처럼 세계적인 무역국가로 거듭난 것은 이 '단순하고 멋대가리 없이 생긴 직육면체 상자'가 예기치 않게 낳은 수많은 결과 중의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미 옮김. 503쪽. 2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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