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어교육도시 장담과 양치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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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관내에 여의도 면적의 1.5배인 115만평 규모의 영어전용타운을 건설해 초등~대학 전 과정을 영어로 교육해 이 곳에서 1~2년간 공부하면 해외 유학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하겠다.”(2006년 12월 14일 정부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 발표)

“제주영어전용타운 조성 기본방안(초안)협의시 타운 내 초·중·고 설립방향이 당초 국(공)립에서 공립으로 변경됐다.”(2007년 7월 27일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 회의)

“2007년 7월 27일 기본방안(초안) 협의시 이전까지는 영어전용타운 내 초·중·고 설립 형태를 국(공)립으로 제시하였으며 우리도에서는 공립이 아닌 ‘국립’으로 건립을 강력히 주장했다.”(2007년 8월 29일 제주도의 제주도의회 보고자료)

“정부는 우선 2010년 3월 개교 목표로 공립 4개교(초 2, 중 1, 고 1) 중 공립 초등학교 1개교와 공립 중학교 1개교를 시범 설립 운영할 계획이다. 공립 시범 초·중학교 설립 운영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교육부, 제주도 등 관계부처간 MOU(사업이행협약)를 체결할 예정이다.”(2007년 9월 4일 국무조정실, 재경부, 교육부, 건교부, 기획예산처 합동보도자료)

“영어교육도시 내 공립 3개교(초·중·고 각 1개교)를 우선 시범학교로 2010년 3월에 개교한다. 정부는 영어교육도시 공립학교 설립·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방교육지원 재원 등을 활용해 지원한다.”(2008년 1월 4일 국무조정실 등 5개 중앙부처, 제주도, 제주도교육청 MOU 체결)

“당초 공립 3개교에서 공·사립 3개교로 전환한다. 3개교 가운데 1개교는 정부가 시설비를 지원해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은 민간위탁으로 한다. 2010년 3월 예정된 개교 시기도 1년 늦어진 2011년 3월로 연기한다.”(2008년 6월 3일 제주영어교육도시 기본방안 개선안)

초·중등 학생들의 조기유학 및 연수 열풍과 이로 인한 엄청난 서비스 수지 적자폭 확대, 기러기 가족 양산,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로 발표된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 사업이 그동안 진행된 상황이다. 잦은 계획 변동으로 그 걸음은 갈지자로 계속됐으며 도민들이 철석같이 믿었던 MOU는 공수표가 되어 버렸다.

물론 이번 개선안은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영어교육도시의 걸림돌을 크게 제거했다. 초·중등 국제학교 설립과 외국교육기관의 ‘과실(果實)송금(이익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것)’이 허용됐다. 특히 과실송금 허용은 외국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어 외국교육기관 유치 등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법과 제도에서 상당부분 손질이 이뤄졌지만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만 하는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자칫 ‘사면초가’의 형국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제주도와 경쟁관계에 있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에도 과실송금을 허용하는 특별법 개정이 올해 안에 추진된다. 국내 최초의 외국교육기관인 ‘송도국제학교’는 올 상반기 건물이 준공되며 현재 개교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자연스런 영어 친화적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EBS 영어전용방송을 공공채널화하고 올 12월에 영어전용 라디오채널을 개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환경을 감안할 때 제주영어교육도시의 교육 특례에 따른 선점효과는 상당부분 반감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속에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제주도와 도교육청,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국내·외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유치활동에 나선다고 한다. 특히 인지도가 높은 사립학교 유치는 영어교육도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록 정치환경 변화로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청사진이 크게 변질됐지만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학교 유치를 기대해본다. 그래야만 그동안 당국의 호언장담이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도민들에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고동수 교육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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