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럭셔리'가 된 명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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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 출간
"(구찌는) 영업을 잘 하고 있는데다 주가가 평가절하되어 있기 때문이죠. 구찌는 잠재력이 큰 브랜드로서…우리를 완벽하게 보완해 줄 수 있어요. 주로 프랑스 브랜드들로 구성된 우리의 포트폴리오에 이탈리아 브랜드를 추가할 수 있으니까요."
크리스찬 디오르, 이브 생 로랑, 루이비통, 지방시 등 수십개의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10년 전 구찌 통합을 추진하던 때, 왜 구찌를 인수하려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럭셔리-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문학수첩 펴냄)은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 호주판의 파리 특파원인 데이나 토마스가 프랑스의 향료 실험실에서부터 중국의 공장에 이르기까지 명품 산업의 현장을 뒤지며 쓴 보고서다.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누구나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의 신조어 '맥럭셔리'는 재벌 기업이 인수해 철저한 마케팅 전략으로 키워낸 명품 브랜드로, 수제품은 사라지고 '짝퉁'이 판을 치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이제 명품은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공들여 만든 '좋은 제품'이길 포기하고 대신 화려한 광고를 통해 큼직한 로고를 뿌려댐으로써 최고의 수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 것이다.

아르노는 보수적인 도시에서 부유한 건설회사 소유주의 아들로 태어나 35살의 나이에 부도에 처했던 거대 그룹 SFFAW를 인수한 뒤, 그룹에 속한 많은 회사 중 디오르 보석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를 헐값에 팔고 8천명의 직원을 해고함으로써 프랑스 최대 갑부가 됐다.

그는 파투의 디자이너로 일하던 크리스트앙 라크루아를 꼬드겨 보조 디자이너 몇 명을 데리고 나와 자기 이름의 쿠튀르를 개장하도록 설득했다. 이후 파투에서는 다시는 옷을 만들지 못하고 있으며 아르노는 '파렴치한' 수법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60대 부부가 함께 디자이너와 회계 담당으로 꾸려가던 작은 명품 업체 셀린느를 매수한 뒤 부부를 쫓아냈고, 언론과 법정 공방을 거쳐 마흔살에 LVMH를 손에 넣음으로써 프랑스 사상 최대의 적대적 기업인수를 마무리했다.

저자는 이렇게 창업자와 후계자들로부터 명품을 인수한 그룹 총수와 금융 전문가들이 중산층과 중역급 세일즈맨을 타깃으로 삼아 명품의 대중화를 선언하고, 무지막지한 과대광고와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이윤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원가를 절감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개발도상국에 아웃소싱을 하게 되면서 명품 산업은 모조품이 가장 많이 성행하는 분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명품 산업은 완전성을 상실하고, 그 본래의 순수함을 잃고, 그 역사를 더럽히고, 고객의 눈을 속였다. 재벌들은 명품을 '접하기 쉬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던 모든 특성을 없애 버렸다. 명품은 그 광채를 잃었다."
이순주 옮김. 424쪽. 1만5천원.(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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