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동심에 비친 현실 '학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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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어린 아이들의 눈과 귀를 빌려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그린 '학교 가는 길'은 영리한 영화다. 뚜렷한 메시지를 지닌 정치적인 영화이지만 관객의 거부감을 사지 않고 심정적으로 설득한다.

이런 목적은 예닐곱 살짜리 비전문 배우에게 주인공을 맡기면서 90% 이상 달성된다. 까맣고 커다란 눈망울의 어린 소녀가 곤경에 빠질 때마다 보는 이의 마음은 아려온다.

엄마는 여섯 살 박타이(니키바크 노루즈)에게 어린 동생을 잘 돌보라고 당부한 뒤 집을 비운다. 박타이는 옆집 친구 압바스(압바스 아리조메)가 읽어 준 교과서 속 이야기에 흠뻑 빠지고 그런 이야기를 배우러 압바스와 함께 학교에 가기로 한다.

박타이는 학교에 가려면 공책이 필요하다는 말에 집에 있는 달걀을 팔아 돈을 마련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겨우 공책을 구해 학교로 가지만 길에서 전쟁놀이 중이던 소년들이 박타이를 가로막는다.

여섯 살짜리 소녀에게 학교 가는 길은 너무나 험난하다. 영화는 박타이가 만나는 벽 하나하나를 통해 아프간 여성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잔인한 모습을 가장 먼저 닮고, 관객들은 아이들이 내뱉는 말에 뜨끔한다.

나뭇가지를 장난감 총 삼아 탈레반 흉내를 내는 덩치 큰 소년들은 소녀에게 종이로 만든 복면을 씌우면서 "계집애들은 머리카락을 보이면 안돼"라고 말한다. 착한 소년은 "전쟁놀이 하기 싫어"라며 도리질하는 친구에게 "빨리 죽은 척 해야 집에 갈 수 있어"라고 충고한다.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이 엄청난 먼지를 날리며 산산조각가는 장면이 영화의 시작과 끝에 똑같이 나온다. 도입부와 결말의 붕괴장면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영화의 원제는 '석불은 수치심에 붕괴됐다(Buddha Collapsed out of Shame)'이다. 한글 제목은 원제의 정치색을 지워버리고 '천국의 아이들'이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같은 서정적인 느낌을 살렸다.

하나 마흐말바프 감독은 '칸다하르', '가베'를 만든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딸. 23살 때 '오후 5시'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지난해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으며 올해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관람 등급 미정. 19일 개봉.(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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