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희망'을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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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을 위한 '제주희망대학' 인기

“철학이란 뭘까요?”
“모든 사물과 현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일 오후 7시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문화원형체험실.

철학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라는 제주대 윤용택 교수(철학과)의 주문에 학생들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개개인의 삶의 방식’, ‘그동안 당연시 여겨왔던 것을 되짚어보는 작업’ 등 다양한 답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운동이 몸의 훈련이라면 철학은 마음과 사고의 훈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철학의 정의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고정관념을 깨고 항상 열린 사고를 가질 때 철학이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월 4일 시작된 ‘제주희망대학-인문학 과정’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날 ‘인간과 철학’ 마지막 강좌에서 토론식 수업을 벌이며 평소 생활하면서 느꼈던 철학적 사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제주희망대학’에 대한 수강생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

학생 중 최고령자인 노영숙씨(60.여)는 “직장에서 우연히 ‘제주희망대학’ 학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입학했다”며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강의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커졌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어 “입학 후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김희진씨(42)는 “교수님들이 열의가 대단해 수업 중에도 졸거나 한 눈을 팔 수 없다”며 “동료들 모두가 직장일이 끝나고 피곤해도 수업만큼은 빠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빈곤계층의 자활의지 고취를 위해 한국학술진흥재단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제주시 및 서귀포시 지역자활센터와 제주문화포럼, 서귀포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연대해 개설된 ‘제주희망대학-인문학과정’은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으로 나눠 열리고 있는데 제주시 지역에는 20명, 서귀포시 지역에는 15명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1학기에는 제주시 지역인 경우 ‘인간과 철학’, ‘동양사상의 이해’, ‘문화와 예술’, ‘교양과 삶’ 등 4개 강좌가, 서귀포시 지역인 경우 ‘철학과 현실’, ‘한자와 글쓰기’, ‘역사와 문화’, ‘문학과 인생’ 등 4개 강좌가 각각 15주 동안 진행됐다.

오는 15일부터 30일까지 방학을 보낸 후 7월 1일부터는 2학기 수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제주희망대학 강좌 총괄 책임자인 윤용택 교수는 “생활 여건상 인문학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도민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고 희망을 심어주자는 취지에서 희망대학이 시작됐다”며 “배움에 대한 이분들의 열정은 일반 학생들 못지않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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