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경제와 촛불집회
위키경제와 촛불집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전홍택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소장>



위키피디아(온라인 무료 백과사전)는 대규모 협업에 의한 혁신과 가치창출 방식이라는 위키경제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백과사전은 어느 한 기업이나 개인의 소유가 아니며, 열정을 가진 수만 명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것이다.

정규직원 다섯 명이 관리하는 위키피디아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보다 열배 이상 방대하고, 정확도 면에서는 거의 비슷하다. 개방된 백과사전의 본질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지식과 관점을 첨가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오류와 지적 테러의 가능성, 그리고 의도적 방해에 영향 받을 위험이 있지만, 위키피디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급성장하여 이용자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웹에 기반을 둔 대규모 협업은 역동적인 사업모델과 혁신적 경영방식을 출현시킴으로써 이른바 위키경제라는 참여의 시대를 열었다. 그 결과 대규모 협력에 의한 가치창출이라는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기업은 참여의 시대가 성공의 기회를 넓혀 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화학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P&G(Procter and Gamble)사는 R&D 인력이 7천500명이나 되지만 화학업계의 혁신 가속화로 선두자리 유지가 벅차게 되었다. P&G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연구 인력을 늘리는 대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관련된 아이디어의 50%를 회사 밖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채택함으로써 혁신경쟁에서 앞서가게 되었다. R&D의 아웃소싱은 기업에서 제시하는 R&D 과제와 전 세계 과학자들을 연결시켜주는 혁신적인 네트워크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개방을 반대하는 최근의 촛불집회는 이러한 대규모 협업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위키경제’가 정치, 사회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 촛불집회는 웹을 기반으로 자발적 조직화에 의한 대규모 협업이라는 위키경제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독립적인 많은 시민기자들이 집회현장을 직접 취재하여 뉴스를 만들고 이것이 기성 미디어 뉴스를 대체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 것도 수평적인 자발적 조직화에 의한 대규모 협업이라는 위키경제의 기본원리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웹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협업은 분명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위키피디아 같은 협업 커뮤니티가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집단주의’를 대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의 ‘개똥녀’사건, 폭력전경의 신상공개, 그리고 광우병에 대한 일부 괴담의 급속한 전파와 같은 현상은 온라인 집단주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협업에 기반을 둔 위키경제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주의는 기본적으로 물리적 강압에 바탕을 둔 중앙집권적인 통제를 특성으로 한다. 반면 위키경제에서의 대규모 협업은 자유로운 자신의 선택과 자발적 연대의 결과이다.

따라서 과잉쏠림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적절한 메커니즘만 강구될 수 있다면 위키경제의 대규모 협업이 집단적인 우를 범할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자발적인 질서관리, 비폭력의 목소리가 일부 폭력의 목소리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메커니즘의 예라고 하겠다.

대규모 협업에 의한 가치창출이라는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는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여 위키경제 시대에서 번영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는 비단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정당 등 정치와 관련된 조직들도 리눅스와 같은 오픈 소스 방식을 통해 보다 나은 정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분야에서도 오픈 소스 방식에 의한 대규모 협업으로 최상의 정책이 개발되어 지금과 같은 갈등 재생산의 촛불집회가 사라지는 세상이 될 수는 없을까 기대해 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