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건 주고 요구할 건 요구하는 게 상식
줄 건 주고 요구할 건 요구하는 게 상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재무장관회의 참석과 병행한 것이었지만 제주도는 김태환 지사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제주도를 방문, 도정현안을 청취하고 대통령의 의견을 말씀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듯이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이 대통령의 제주방문에서 도민들은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정부와 제주도의 극명한 인식차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도민들은 또 제주특별자치도의 성패는 전적으로 정부와 제주도간 견해의 차이를 얼마나 좁히고 타협점을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이 대통령의 제주방문에서 정부와 제주도의 입장 차이는 한마디로 ‘자율적 실천노력’과 ‘형평성 논리 극복’으로 표출됐다.

이 대통령은 “법을 바꾸고 무엇을 바꾸고 (정부가)지원하면 된다는 것보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제주도민의 의지”라며 “도민들이 뭉쳐서 자립의지를 가질 때 모든 것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법과 제도의 개선, 그리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제주도민들에게 자구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따끔하게 훈계한 것이다.

반면 김태환 지사는 “특별자치도 다운 특별자치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형평성 논리 극복과 강력한 지원의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를 국가발전 전략으로 인식,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요청한 것이다.

물론 국정 책임자이며 국가수반인 이 대통령의 충고를 제주도와 도민들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김 지사와 제주도민들의 건의도 이 대통령과 정부가 마땅히 심사숙고해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기 위해 4개 시·군을 통·폐합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부단한 연구와 노력으로 법과 제도의 개선안을 만들고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수년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고를 감내해 왔다.

이 대통령이 “제주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도민들의 욕구가 강한 것을 보고 희망을 갖는다”며 제주도민들의 자발적 노력의지를 평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러한 현실 상황 속에서 제주도민들이 기대감을 갖는 것은 이 대통령이나 김 지사의 제주특별자치도 진단이 도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제주도민들의 가장 큰 소망은 문자 그대로 여기가 특별자치도라고 했는데 실제 되고 있는 것과 이름이 다르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핵심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민들이 특별자치도의 추진 성과에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김 지사도 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두 차례의 제도개선을 추진, 양적 성과는 있으나 ‘특별한 것이 없는 특별자치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법인세율 인하, 면세지역화, 항공자유화 등이 핵심과제라고 보고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변방의 섬 제주’가 ‘동북아의 중심’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국가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서 태동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변변치 않자 노무현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헌데 이 대통령은 더 나아가 대통령 후보 시절 “제주특별자치도에 특별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하고 “제주를 세계의 자유구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이 핵심적으로 내놓은 공약이 바로 법인세 12% 인하, 전도 면세화, 역외금융센터 설립, 영어교육도시 파격 지원 등이다.

이 대통령이 제주도민들의 자구 노력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 아닐까 싶다.<김승종 정치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