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통과 불행 겪은데 대해 위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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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강희철씨에게 진심어린 위로와 사과

“수사기관의 불법수사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간첩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오랜 세월동안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고통과 불행을 겪어야만 했던 피고인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의 판결 선고가 피고인의 진정한 명예회복과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3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는 이례적으로 재판장이 선고에 앞서 피고인에게 진심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을 전했다.


군사독재정권시절 수사기관의 강압수사와 증거 조작으로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등 22년간 고통의 세월을 보낸 ‘조작간첩’ 강희철씨(51)가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 23일 제주지법에서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강희철씨(가운데)가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과 함께 법정을 나서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정이근 기자>

강씨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순간 방청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졌지만 강씨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평균 부장판사)는 강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85일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경찰관들로부터 폭행, 협박,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허위 진술을 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부터의 지령 수수, 국가기밀 누설 등 이 사건 주요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물로 증거가치가 떨어지는 일부 압수물 외에 별다른 증거가 없는 등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강씨는 “진실이 결국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과 관련 강씨의 재심을 도왔던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과 ‘이장형. 강희철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판결은 어두웠던 우리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오늘의 무죄 판결은 바로 이 나라, 이 땅 양심의 승리이며 인권의 승리”라며 환영했다.


강씨는 1975년 만15세 때 일본으로 밀항해 부모와 함께 살다 불법체류자로 검거돼 1981년 한국으로 환송된 강씨는 부산 3104보안대에서 3일 동안 가혹행위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풀려났고, 1986년 당시 제주도경찰국 대공분실로 강제연행된 뒤 불법감금과 물고문 등을 받으며 허위자백으로 재판을 받아 1987년 간첩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1998년 8.15특사 때 가석방되기까지 12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강씨는 출소 후 2005년 9월 제주지법에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2006년 6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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