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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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은 교육 구성원들간 신뢰를 바탕으로 할 때 원활하게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도가 높다고 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한 조사에 따르면 60%의 교원들이 ‘학부모와 파트너십을 느낀다’는 설문 문항에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 불신의 가장 큰 이유가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세세한 관심과 지도, 그리고 인간적인 만남의 부족에 있다고 한다. 따라서 교사와 학부모 간 대화가 필요하다. 각 교육 주체가 서로를 문제의 원천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근무하며 살펴본 바로는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소통 시스템이 미비하였다.

학교는 학부모들이 망설임 없이 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명예교사 위촉’이나 ‘수업참관일 활성화’, ‘5월의 학부모 배구대회’ 등이 되겠다. 교사가 질 높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교실수업도우미 명예교사, 급식.사서.교통안전지도 명예교사 등이다. 매월 한 차례 학부모 수업 참관일을 지정해 교육수요자의 입장에서 자녀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그리고 나서 자녀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등 실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어느 교사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부모는 자녀의 담임교사가 누구이며 어떤 분인지 궁금해한다. 이때야말로 학부모가 담임교사와 함께 자녀의 교육문제를 고민할 수 있다는 시각의 전환이 가능한 때다. 그런데 담임교사에게 얼굴을 내미는 것이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여겨져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학부모가 자녀의 담임 교사를 만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일상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학부모가 담임교사와 만남에서 다음을 염두에 둔다면 좋은 인상을 알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욕심이 앞서 지나치게 요구하지 않아야 하고, 약속된 상담이 아닐 경우 미리 알려야 하며, 가능하면 자녀의 말만 믿고 학교에 항의 전화를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서로 이해와 공감을 얻는 지름길은 학교의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며, 자주 찾을 수 없는 경우 편지를 이용하면 의외의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이 지긋한 학부모들이 젊은 교사에게 머리를 숙이고 “선생님,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 주세요. 선생님만 믿습니다”라고 부탁하는 풍경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아 아쉬운 감이 있다.

일본 정부가 일본, 미국, 한국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 결과가 흥미롭다. 미국과 일본의 학부모들은 학교란 기초적인 학력을 배양하고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라 답한 데 반해 한국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밖에도 기본적인 예의범절, 사회생활에 필요한 규칙, 인간성을 익히고 육성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다. 학교 교육에 대한 기대에서 출발한 것일 수도 있으나 학교가 이러한 학부모의 요구를 수용해 소화해 내기에는 너무 많은 짐이 지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학부모들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활력이 넘치는 학교, 공부하는 꿈터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학부모가 동참해야 한다. 교사를 믿고 학교를 신뢰하며 상호 조화와 협동을 통해 산적한 교육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물론 오늘의 학교가 있기까지 학부모들의 희생이 컸다. 그러나 더 나아가 학교 교육에 적극적인 협력자로서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돼야 한다. 학교는 이 사회 희망을 낳는 산실이며 마지막 남은 ‘그린벨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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