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 농민들의 눈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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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로 단호박은 썩어가고, 수박은 낙과현상

“묘종값이라도 건져야 할 텐데…당장 갚아야할 대출금과 이자도 걱정입니다.”

긴 장마로 인한 잦은 비로 단호박과 수박 등 여름 농작물 작황이 극히 부진해 농업인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1일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애월 금성리 단호박밭.

농업인 김모씨(48)는 곰팡이가 하얗게 피고 썩어가는 단호박을 보며 “쑥대밭이 됐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 제주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면서 애월읍 지역 단호박이 썩고 있다.

애월읍 농가들은 4년 전부터 단호박이 인기를 끌자 전국 이마트 매장에 납품하면서 연간 12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는 것.

그런데 지난달부터 그칠 줄 모르는 비와 저온현상, 일조량 부족으로 올해는 132만㎡ 재배면적에서 50%의 수확도 못하면서 농업인들은 울상이다.

김동순 금성리장은 “애월읍은 전국 최대 단호박 생산지인데 올해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개당 250원이나 나가는 묘종값도 건지기 힘들게 됐다”며 한탄했다.

농업인들은 “단호박이 썩고 문드러지면서 수확은 애당초 틀렸다”며 “흰가루병, 역병 등 병해충까지 창궐하면서 전멸 상태”라며 고개를 떨궜다.

도내 최대 노지 수박 생산지인 애월 신엄리 농업인들도 비바람에 무참히 떨어져 나간 수박을 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 비가 많이 내리면서 수박들이 착과되지 않아 농가가 걱정하고 있다.

여름인 6월에 이례적인 저온현상과 집중호우로 수박 열매가 채 익기도 전에 낙과현상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벌들이 날아들지 않아 착과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 역병까지 창궐했다.

수박작목회장 정재훈씨(50)는 “수박이 썩어 문드러지면서 검게 변했다”며 “영글지 못해 떨어져 나간 주먹만한 수박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끝 모를 장맛비로 대개 6월 말 개장하는 신엄수박직거래장터도 오는 8일로 연기됐다.

김병수 신엄리장은 “이번주가 고비”라며 “앞으로 비가 더 오면 ‘삼복꿀 수박’으로 유명한 신엄 수박도 폐작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밝혔다.

100여 농가에서 99만㎡ 면적에 재배되는 수박은 신엄리 주소득 작물로, 작황 부진에 병해충까지 번지면서 농업인들은 “의욕이 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농업인들은 제주도의 안일한 대응에 더욱 분통해 하고 있다. 병해충이 창궐하는 데도 현장에서 방제지도를 하지 않는가 하면 읍사무소에서 피해조사를 보고해도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기 때문.

농업인들은 “요즘은 하늘만 쳐다보는 게 하루일과가 됐다”며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하늘 보다 더 원망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6월 한달간 제주시지역에 비가 내린 날은 18일이며, 해가 비친 일조시간은 81시간으로 평년 160시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평년과 달리 이상 저온과 집중호우로 이례적인 장마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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