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도 '소통부재'..美 '일방발표' 혼선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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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전략동맹'을 지향하는 한미관계가 '소통의 부재'로 인해 매끄럽지 못한 상황을 연거푸 연출하면서 한미 간에 기본적인 외교적 협의조차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4월 미국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과 관련, 당초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7월 방한'이 무산되는 과정이나 8월 방한 일정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미국측이 결과적으로 '일방발표'를 해버리고 뒤늦게 이를 수습해야 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일단 부시 대통령의 8월 방한 일정이 공개된 것은 백악관 당국자의 실수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이 오는 7~9일 열리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면서 "이번 만남은 8월 5∼6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답방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해 부시 대통령의 답방 일정을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서로 합의가 돼 있었으나 서로 `모양새를 갖춰 발표하자'며 발표시기를 조율 중이었다"면서 "그런데 미측에서 부시 대통령의 일본 G8(선진 8개국)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방한 날짜를 불쑥 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와일더 보좌관이 G8 정상회담과 관련한 설명을 하다 실수로 부시 대통령의 답방 일정을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는 '불필요한 친절'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측은 서둘러 '유감표명'을 했고 정부도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측의 유감표명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한 상황이며 우리 쪽으로서도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달하고 조치를 취할 것은 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잇단 외교결례가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생긴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미측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미국)가 일방적으로 갈 테니 받아라' 하는 것도 아니고 양측간 다 협의가 됐던 사안"이라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종의 해프닝같은 사건인 만큼 사태가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이 다분한 발언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8월 방한 일정을 조속히 공식 발표해 사태를 수습하기로 했다.

하지만 `7월 답방' 무산에 이어 `8월 답방' 일정도 백악관이 먼저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모양새가 된 것에 대해 외교가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백악관이 이날 새벽 공식 브리핑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8월 답방을 공식 확인했음에도 불구, 파트너라 할 수 있는 청와대가 한동안 이런 발표사실조차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청와대는 우리 시간으로 백악관의 발표(오전 4시30분)가 있은 지 2시간45분 후, 브리핑 내용이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오전 6시15분)된 지 1시간이 지난 7시15분에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여전히 "답방일정이 확정 안됐다"고 부인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부시 대통령의 방한 시기는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방한하는 방안에 대해 한미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현재 구체적인 방한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똑같은 대답을 내놨다.

그러나 청와대는 불과 몇 시간 뒤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8월 답방을 확인했다. 이에 따른 '사과'의 뜻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이 사전 조율없이 일정을 먼저 공개한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도된 결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미국이 전략적 동맹관계에 있는 우리 나라를 너무 무시하는 듯한 태도도 문제지만 우리가 거기에 대해 세게 항의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것 같은 모습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교소식통도 "한미 관계가 발전하려면 기본적인 의사소통부터 원활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쇠고기 파문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외교채널의 긴장감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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