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선진현장을 가다 - ⑭ 일본(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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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주도…권한·제도 체계적 마련

일본 총무성의 하마다 쇼지 자치재정국 재정기획관은 “지방분권이라지만 중앙의 분권 추진 방침과 지방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분권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지방이 모두 분권에 적극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단체장의 분권에 대한 철학과 소신 그리고 그 지방이 처한 환경 등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에서 지방분권에 대한 입장 또한 다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방분권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는 인식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지방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이고 지방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중앙정부가 권한을 내놓지 않는 한 빼앗아올 방법이 없어 분권 개혁을 위한 노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몇몇 지방은 발빠른 대응 내지 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지방분권이 시대 조류라는 점을 단체장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카자키 히로시 가나가와현 지사는 1995년 당선된 재선이다. 그는 당선되던 그 해 지방분권추진법 시행에 따라 발족된 ‘지방분권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했다. 그는 당시 지방분권 논의의 핵심이 국가와 부(府), 현(縣)의 관계에 집중돼 있었으나 현과 시정촌(市町村)의 관계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에서 시정촌으로 사무 이양을 추진했다.

오카자키 지사는 이에 대해 “시정촌이 직접 주민들과 접촉하는 단위로, 시정촌의 일은 시정촌에 맡기자는 방침에서였다”며 “종래에는 국가 중심의 지방자치 논의였지만 지방의 견해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방향성이 정립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분권이 돈과 권한을 국가에서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가나가와현보다 지리적으로 수도 도쿄와 멀리 떨어져 있고 인구나 경제적으로도 47개 현 가운데 중간 정도의 위치인 미에현도 일본의 지방분권 개혁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지역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재계, 학계가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는 지방분권연구회의 창립 멤버로 일본 지방분권 개혁의 중심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타카와 마사야스 지사는 1995년 취임 이후 ‘돈이나 사람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라 행정의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는 측면에서 분권을 가속시킨 사람이다. 그는 행정도 서비스로, 주민의 만족도가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민간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사무평가제도를 시행했다. 이 ‘미에현 모델’은 그후 일본 내 다른 지역으로 파급됐다고 한다.

이 행정시스템 개혁은 1998년 4월 분권 자립, 공개 참가, 간소 효율이라는 3가지 키워드 아래 21개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총무부서의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실무 부서로 인력과 예산을 집중 배치했다. 또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톱다운’ 시스템이 폐지됐고 조직에다 일을 맞춰서 집행하는 게 아니라 일에 따라 조직을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이 가토 아츠오 행정시스템개혁팀장의 설명이다.

또한 기타카와 지사가 참여하는 ‘지방분권연구회’는 지난해 11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분권과 규제 완화에 관해 국가가 의미있는 실행책을 낸다는 것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립적인 지방정부를 구축해 그것을 토대로 국가와의 대등 협력 혹은 대결을 통해 진정한 분권국가를 만든다”고 선언했다.

연구회는 또 “지방에 의한, 지방을 위한 정책을 지방이 민간과 협동해 실행하며 지방이 솔선해서 실행, 국가를 움직이게 하고 21세기형 분권국가를 지방이 주도권을 갖고 실천해 나간다”고 강조했다.

오사카부는 1997년 ‘오사카판 지방분권 추진제도’를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주요 내용은 시정촌에 권한을 이양하고 특히 주민 생활과 직결된 복지와 환경 정비, 보건 위생과 관련된 업무의 분권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재정과 인사 조치도 수반되도록 했다.

메이지유신 이전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시는 분권시대가 지방자치단체가 무한 경쟁에 돌입하는 ‘대경쟁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내부 지침도 “지방분권 발전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지금까지 국가 주도의 소위 ‘호송선단방식’과 결별, 해도 없는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부터 지방은 자체 판단에 따라 진로를 결정해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규정해 놓았다.

또 “지방분권 개혁이 지방자치단체에 보장하는 것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자기 책임이 뒷받침된 자기결정권으로, 선택 여하에 따라 고난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고 자체적인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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