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더위 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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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이웃을 찾아가 친구 이름을 부른다. 친구가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를 판다. 이렇게 하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가 대답하지 않고 미리 “내 더위 사가라”고 응수하면 더위를 팔려고 했던 상대방이 오히려 더위를 먹게 된다고 한다.

민속 고유명절 대보름날 행해졌던 조상들의 ‘더위팔기’ 놀이다.

또한 이른 아침 대나무 한 쪽에다 가족의 이름을 적어 동전과 함께 종이에 싸서 길바닥에 버리기도 했다. 누구든지 이를 먼저 줍는 사람이 더위를 가져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만 그리고 내 가족만 덥지 않으면 된다는 이기심이 다분한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무더위를 이겨내고자 하는 해학이 짙게 묻어난다.

▲장마가 주춤한 사이 연일 무더위가 푹푹 찌고 있다.

지난 주말엔 동해안에 올 들어 처음으로 폭염 주의보가 발효됐다. 폭염 주의보는 33℃ 이상을 낮 최고 기온이 이틀 이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표되는 기상특보다.

밤사이 수은주가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열대야도 벌써 나타났다.

제주지방도 낮에 30℃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불쾌지수와 부패지수도 마구 치솟고 있다.

그러니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절로 난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셔 봐도 과일로 영양분을 보충해도 더위는 좀체 물러나지 않는다.

금주에도 장맛비는 간간히 뿌리겠지만 무더위는 계속된다는 예보다.

▲벌써부터 각종 여름철 질환이 걱정된다.

무엇보다 무리한 야외활동은 금해야 할 때다.

수분과 염분이 과도하게 빠져나가 일사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전남 광주에선 밤새 선풍기를 틀고 자다가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본격적인 무더위를 건강하게 이기는 지혜가 절실하다.

마침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응급학회는 익수 및 폭염 예방 10대 수칙을 제정, 발표했다.

그래도 무더위에 기진맥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겨울에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를 팔아 그해 피서를 예감했던 조상들의 폭염 탈출 슬기가 그립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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