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보다 느린 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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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마을에서 보내오는 우편물들이 일주일씩이나 걸리고 있다면 그것은 거북이 걸음보다도 훨씬 더 느리다는 얘기가 된다.

남제주군 안덕면 주민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에는 우편물을 우체통에 넣은 지 2~3일이면 수취인에게 도착했으나 요즘은 일주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 면사무소 직원의 증언도 마찬가지다. 우편으로 관내 기관.단체에 공문을 발송할 경우 절반 정도는 5~6일이 지났음에도 도착하지 않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이 때문에 행정 업무상 차질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왜 전에 없던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이유는 우체국 통합에 있다고 한다. 제주체신청이 1998년 구조조정을 하면서 면단위 우체국을 이웃 읍 소재지 우체국으로 통합, 광역 집배국 체제로 출범하면서 집배원들의 배달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우체국 통합과정에서 지역에 익숙한 면단위 집배원들이 광역 집배국의 신규 집배원으로 대체되면서 우편물 배달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는 체신청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체신업무 자체가 다른 사업에 비해 영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IMF 관리체제로 인해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했을 줄 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우리나라가 현행 우편제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웃 마을끼리 우편물 소통이 일주일이나 걸리는 이러한 전근대적 우체 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어쩌면 가장 필요한 면단위 우체국을 이웃 읍 소재지 우체국으로 통합, 광역화시킨 것부터가 실패작이다. 교통.통신.도로망이 잘 발달된 데다, 특히 거의 집집마다 인터넷망을 활용하고 있는 시급(市級) 지역의 우편 시스템은 더욱 줄이더라도 농어촌 지역인 면단위 우체국은 존속시켰어야 했다.

인터넷 시대에 정말 우체국이 필요한 곳은 도시가 아니라 농어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면지역 우체국을 없앤 것은 시대를 역행한 처사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면 다른 분야에서 할 일이다.

당국은 면단위 우체국을 되살려 놓아야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웃 동네끼리 일주일씩이나 걸리면서 우편물을 교환한단 말인가. 체신청이 구조를 조정하려면 다른 방법을 연구했어야 했다. 농어촌의 가장 기간 정보망인 면지역 우체국을 없앤 것은 큰 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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