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高高)시대’ 비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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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극성이다. 푹푹찌는 날씨에다 불쾌지수까지, 이달초부터 시작된 무더위가 심신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날이 덥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고, 몸이 끈적거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더위이지만, 해가 갈수록 그 기세가 강렬하다. 그러고 보니 어제(22일)는 절기상 대서. 장마가 끝나 일년 중 가장 ‘큰 더위’가 있는 시기로, 본격적인 무더위와의 한판 싸움이 이제부터 시작됐다.

이 무더위에 한줄기 폭포수 같은 청량한 뉴스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더위 탓인지 모두 열받는 소식들이다. 금강산 여행객의 총기 피살사건이 그렇고,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야욕도 열불을 돋군다.

어디 그 뿐일까. 올 여름 서민들의 고통지수는 최악이다.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고실업…. 가뜩이나 고온에 시달리는데 주변의 경제환경 조차 온통 높은 고(高)자 세상이다.

늘 쪼들린 게 서민가계이지만, 요즘처럼 힘든 세상이 또 있었을까. 물가는 치솟고 소득은 줄고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불황의 그늘이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미 고유가에 카운터 펀치를 얻어 맞은 서민경제는 치솟는 물가펀치를 맞아 완전히 그로키 상태에 몰렸다.

아빠는 주유소에 가기 겁나고, 엄마는 시장가기 겁나고, 자녀들은 학원·대학등록에 겁을 먹고 있다.

속절없이 오르는 물가 앞에서 서민들은 가히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다. 시중에 회자되는 말로 월급하고 대통령 지지율만 빼고 안 오르는 게 없다.

지난해 연말 이후 꿈틀대기 시작한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고공행진이다. 관련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4% 급등했다. 지난 1998년 11월(6.9%)이후 9년7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8.7%나 치솟았다.

이러한 숫자통계가 아니더라도 물가 오름세는 주변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장을 보기 위해 집 근처 대형마트를 들른 주부들은 이것 저것 좀 집었다하면 10만원은 우습게 넘어버린다고 푸념한다. 최근 원유의 납품 가격이 평균 20.5% 인상키로 함에 따라 다음달부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대폭 오르고, 성수기를 맞은 맥주값도 이미 5~6% 오른 상태다.

이처럼 소비물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공공요금마저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다.

정부는 내달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5% 인상하고 도시가스도 하반기 중 단계적으로 30~50% 올릴 방침이라 한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켜기가 두려운 에어컨은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중앙정부의 방침에 지방자치단체들도 택시 및 버스요금의 인상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은 소비제품의 생산원가 상승을 불러 와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불보듯 뻔하다.

고유가로 인해 전기·가스 요금 인상요인이 누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물가 및 민생안전의 약속은 어디에 묻혀 있는지 묻고 싶다. 그렇다고 국제 원유가격이 만약 내린다면 이미 오른 공공요금이 내릴 것인지도 의문이다. 경험상으론 일단 한 번 오른 요금을 인하한 경우는 거의 보질 못했으니 하는 말이다.

이제 서민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먹는 것, 타는 것, 배우는 것’ 완전 줄이면서 버티는 수 밖에 달리 뾰족한 수가 있을까. 짠돌이·짠순이가 되어 마른 수건 다시 쥐어짤 수 밖에.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서민들은 힘겹다. 서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으나 소위 가진 자의 씀씀이는 더욱 늘고 있다. 고유가에도 올 휴가철 해외여행은 오히려 증가해 양극화의 현실을 대변한다.

선거 때만 되면 정당, 위정자들은 “서민, 중산층을 대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 구호는 고사하고 서민들의 비명소리나 제대로 듣고 있는지, 안팎으로 열 받는 요즘이다. `<오택진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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