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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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計)는 꾀다. 꾀는 책략(策略)과 계략(計略)에 통한다.
꾀(計)를 잘 쓰면 작은 싸움은 물론, 큰 전쟁도 이길 수가 있다. 큰 꾀를 써서 작은 싸움을 이기기보다 작은 꾀를 써서 큰 전쟁을 이기는 맛이란 비할 데가 없다고 한다. 꾀 중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도 있다.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물리친 것도 싸우지 않고 이긴 경우다. 분명히 죽은 제갈량을 일으켜 앉혀 식사하는 모습을 연출시킴으로써 중달을 도망가게 한 것은 자그마한 꾀에 불과했다.

고려 초기 서희도 싸우지 않고 세 치 혀로 적을 물리친 적이 있다. 거란(契丹)이 대군을 이끌고 남침하자 북계(北界)로 출전, 창.칼이 아닌, 적장과의 담판(談判)으로써 강적을 물리친 것이다. 그 지혜 충분히 역사에 회자될 만하다.

싸움에 임하는 대표적인 꾀에는 서른여섯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삼십육계(三十六計)가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는 남의 칼을 빌려 쓰는 법, 손자 병법처럼 허(虛)와 실(實)을 위장하는 법 등 기상천외의 꾀가 동원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예부터 삼십육계 중 최고의 계책은 ‘줄행랑’이라는 얘기다. 제1계부터 제35계까지 모두 동원해도 통하지 않으면 뛰라는 것이다.

병법이든, 계략이든, 책략이든, 역시 최고의 지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요, 이왕 싸움에 임했다면 35계(計)를 잘 구사할 일이되, 뜻대로 안 되면 마지막 36계째 줄행랑을 놓을 일이다. 싸움에 있어 이들 두 가지야말로 ‘선지선책(善之善策)’이며, ‘상지상책(上之上策)’의 가르침이다.

이런 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꾀에 서툰 사람들이다. 부시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연구했더라면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비난은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유엔을 적절히 활용, 무기사찰을 한 달 동안 연기하면서 평화적 무장해제 쪽으로 갔다면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시는 싸워서 이기겠다며 바그다드로 진격 중이다. 이번에는 후세인이 꾀 부릴 차례다. 36계 중 35계는 거의 바닥 난 것 같은데, 이제 남은 것은 36계뿐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후세인이 택할 길은 ‘망명’이라는 줄행랑뿐이다. 그래야 더 이상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부시는 이라크전에서 배웠으므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계(計)를 북한에 적용했으면 한다. 그것은 바로 ‘선협상’이다. 병법이 말하는 ‘상지상책’과 ‘선지선책’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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