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 공립학교’ 농촌학교 살리기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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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한 명이 제주시 지역으로 전학을 가면 가족 4,5명이 한꺼번에 빠져 나간다고 한다. 좋은 교육여건이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도내 읍·면 지역 교육의 현실이 인력과 시설 면에서 도시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여건이 열악하니 주민들은 떠나 버리고, 그럴수록 농촌지역 교육은 더욱 피폐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오죽하면 학부모들이 매년 개최되는 교육간담회 등을 통해 교육당국에 교육불균형해소를 요구하고 “제발 경험 많은 선생님을 보내달라”고 애원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교육청이 최근 농산어촌 지역 고교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1개 읍·면 1개 고교’에 기숙사를 시설해 ‘기숙형 공립학교’로 운영키로 했다고 밝힌 것은 학부모는 물론 해당 지역사회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도교육청이 기숙형 공립학교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학교는 기존 농산어촌우수고로 지정돼 기숙사를 보유(예정)하고 있는 대정고와 세화고를 제외한 애월고, 한림고, 표선고, 성산고 등이다. 이들 학교에는 기숙사 신축을 위해 학교당 15억원을 지원해 1년 공기로 오는 9월부터 시설공사를 한 후 내년 9월에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총 사업비 60억원을 올해 제1차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해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도의회 교육위는 심의 후 시설비 전액을 삭감했다. “정부의 방침은 도내 농촌지역 2개 고교를 선정해 25억원씩 총 5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인 데도 도교육청이 10억원을 증액한 후 대상 학교 수를 4개 고교로 확대함으로써 사업규모 축소 등이 예상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농촌지역 학부모와 주민들이 기숙형 공립학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농촌에도 좋은 학교와 시설만 있으면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온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는 타 시·도와 제주도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충남 논산 대건고는 학생 80%가 기숙사에서 살면서 밤늦게까지 학업에 매진한 결과 대입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OECD가 공교육 성공사례로 세계에 소개하기도 했다. 전북 순창군은 2003년 6월부터 기숙사를 신축하고 서울·광주 등 학원가의 강사를 초빙하는 이른바 기숙형 공립학원인 ‘옥천인재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대입부터 군청과 교육청 등 곳곳에 ‘경축, 00대 합격’ ‘쾌거를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현수막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줄기만 하던 인구도 늘었다. 2004년부터 일년에 100여 명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공립학원의 성과가 높게 나타나자 주변 지자체들도 잇따라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도내인 경우 대정고가 그 좋은 예가 되고 있다. 2007년 농산어촌 우수고로 선정돼 92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정고는 2006년 입시에서는 모집정원 128명에 4명이 모자랐으나 올해는 185명 모집에 23명 초과한 208명이 지원했다. 기숙사는 학생들의 학업 신장은 물론 인성교육·특기적성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원어민교사 2명을 활용한 외국어체험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1인 1운동 종목’과 ‘1인 1악기 연주’를 기숙사 특별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호의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인사와 동문회, 학교운영위원 등은 학교중장기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학교 키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촌 학교 살리기를 위해선 열악한 교육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혁신도시가 조성되고 영어교육도시가 건설되어도 전체적인 교육 여건이 나쁘면 사람들은 그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기숙형 공립학교 설립 추진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갈수록 심화되는 농촌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만족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농촌학교를 살리고 제주교육을 더욱 키우는 또 하나의 상책이다.

<고동수 교육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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