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살인의 추억'…담당검사의 秘話
`유영철 살인의 추억'…담당검사의 秘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검사도 무서웠다"..유영철, 검사에게 금연충고도

4년 전 여름 이맘때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은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 생생히 박혀 있다.

유영철을 직접 수사했던 검사는 그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있을까.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서 사건 주임검사를 맡아 유영철과 얼굴을 직접 맞대야했던 이건석 변호사가 4일 발행된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 8월호에서 유영철 사건의 숨겨진 이야기와 그에 대한 추억(?)을 뱉어냈다.

당시 이 변호사는 같은 부 소속 최관수 변호사와 사건을 나눠 최 변호사가 출장마사지사 살인을, 이 변호사는 부유층 연쇄살인 등 나머지 사건을 전담했다.

◇ "검사도 무서웠다" = 이 변호사가 유영철을 처음 만난 것은 경찰의 현장 검증 때였다.

검은색 모자에 군청색 판초 우의를 걸치고 마스크를 끼고 있던 유영철의 태연한 범행 재연 장면을 지켜보자니 그 자체가 괴기스런 공포영화를 한 편 보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유영철이 빤히 자신을 쳐다보더라는 것.

유씨의 눈은 생각보다 해맑고 한편으로는 고독해 보였는데 정면으로 마주치는 순간 번뜩이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변호사가 나중에 왜 그렇게 봤느냐고 물었더니 태연하게 "혼자 양복 차림이어서 그냥 한번 봤을 뿐"이라고 답했다.

유영철 신병이 검찰에 송치되기 전 어느 휴일 이 변호사는 검찰청 10층 특별조사실에 혼자 출근해 사건 기록을 검토했다. 특조실은 출입이 제한돼 평소에도 혼자 있으면 음침한 느낌을 받는 곳.

기록에는 피해자들의 끔찍한 부검과 사건현장 사진이 편철돼 있었고 때마침 비가 많이 내렸는데 천둥과 번개까지 치기 시작하자 공포감이 몰려와 도저히 기록을 계속 볼 수 없었다고 이 변호사는 털어놨다.

◇"검사님 담배 끊으세요" = 이 변호사는 유씨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점차 세상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게 됐지만 기본적인 심성은 밝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이 변호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피의자심문을 한 첫 날, 평소대로 수 없이 담배를 피워 물자 유씨가 "담배를 끊으세요, 어쩌면 나보다 검사님이 먼저 죽을 수도 있어요"라며 농담을 건넸다는 것.

유영철은 영등포구치소로 이감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다가 포기한 뒤 이 변호사에게 "검사님 선물 하나 줄께요"라고 하더니 부유층 연쇄 살인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스스로 내놓았다.

키가 작은 유영철은 구두 뒤축에 키 높이 보조 뒷굽을 붙이고 부유층 주택가에서 범행을 했는데 경찰 기동수사대 승합차 안에서 이 보조 뒷굽을 떼어내 의자 밑에 숨겨놨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유영철은 처음 검거됐을 때 부유층 살인사건을 자백했다가 혼절한 어머니를 보면서 심경 변화를 일으켰고 승합차를 타고 현장으로 가던 중 기침하는 척하며 손톱으로 뒤축을 뽑아냈다는 것.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애태우던 검찰에게 범행 현장의 족적과 구두 보조 뒷굽의 일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 "범행 대상이었던 변호사를 선임해달라" = 유영철은 저명한 모 여성 변호사를 자신의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 변호사는 유영철이 저지른 구기동 부유층 살인사건 주택 부근에 살고 있었는데 사실 유영철이 그 변호사의 집에 침입하려 했지만 마침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어 포기하고 대신 구기동 저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사람의 생사가 한 순간에 갈린 것이었다.

이유를 묻자 유영철은 "그 변호사가 나에게 희생당할 뻔 했기에 오히려 나를 잘 이해할 것이고, 여성이기 때문에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범행의 동기도 잘 이해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성사되지 않았고 사형제 폐지 단체 변호사가 자원해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됐다.

◇ 여죄 있을까 = 유영철은 검찰 수사에서 4명의 부녀자를 추가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유영철은 그 사체들도 토막 내 다른 11구를 암매장했던 야산 주변에 묻었다고 말했고, 최 변호사는 더운 여름날 아직 남아 있던 이들 사체의 부패한 냄새를 참아가며 용하다는 점쟁이까지 동원해 두 차례나 현장을 뒤졌지만 결국 실패했다.

과연 유영철은 그의 말대로 전체 사건 중 일부만 자백하고 사형집행이 임박했을 때 한 건씩 추가로 털어놓는 수법으로 삶을 연장하려는 것일까.

한편 이 변호사는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추격자'를 보고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는 "영화에서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의 검사가 기동수사대장을 마구 다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반적으로 검사가 경찰수사를 훼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내가 기수대장을 수사지휘한 것이 모티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아무리 각색했다고 해도 나로서는 다소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