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템포 쉬고 뒤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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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리법인 병원(이하 국내 영리병원)이 도민여론조사로 된서리를 맞았다.

여론조사 결과 찬성 38.2%, 반대 39.9%, 의견 없음 4.9%, 잘 모르겠음이 17%로 나와 국내 영리병원 추진이 무산된 것이다.

김태환 지사는 “여론조사에서 도민 과반수가 찬성하지 않으면 아쉽지만 도민들의 뜻에 따르겠다”며 국내 영리병원 추진 마지노선을 찬성률 50%로 잡았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더구나 국내 영리병원 여론조사 결정 발표 후 제주특별자치도가 간부급 이상 공무원들을 총동원하다시피 하면서 영리병원 홍보에 ‘올인’한 것을 감안할 때 참담한 실패였다.

하지만 제주도정은 ‘비참한 패배’의 원인을 엉뚱한데서 찾으려고 하고 있다. 제주도정은 은연중에 도와 행정시, 읍.면.동의 소통 부재, 공무원노조의 영리병원 반대 투쟁, 그리고 국내 영리병원을 홍보할 시간이 짧았다는 점 등을 실패의 원인으로 내세우려고 한다.

제주도정이 국내 영리병원 추진이 무산된 후 도정에 일대 쇄신을 가하겠다며 도와 행정시, 읍면동의 일체감을 더욱 강조하고 있고 공무원노조를 상대로 도감사위원회의 감사를 청구하는 것 등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도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참 답답할 노릇이다.

이웃주민 또는 친구들과 쓴 소주 한잔을 기울이다 보면 국내 영리병원 실패의 해답은 아주 쉽게 나온다.

제주도정이 특별법 3단계 제도개선 설명회 명목으로 공무원들을 총동원하면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국내 영리병원 홍보에 나선 것이 결정적 패인이다. 국내 영리병원에 대한 찬.반을 떠나 한마디로 제주도정이 하는 꼴이 보기 싫었던 것이다.

국내 영리병원 추진을 찬성하는 도민들조차 공무원과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한 제주도정의 ‘여론몰이’에 고개를 돌렸다.

여론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결과 예측이 가능할 정도였다.

제주도정도 여론조사 막판에는 뭔가 잘못됐다는 분위기를 확인했다.

국내 영리병원 여론조사 결과의 파급효과는 단지 국내 영리병원 무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 영리병원이 좌초되자 당장 영어교육도시내 국제학교 설립 반대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는 15일 전후로 ‘크루즈 선박 공동 활용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가 나오면 해군기지 반대 투쟁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제주도정은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김 지사는 이런 상황속에서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기준이 바뀌면 한라산케이블카를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지사는 또 “한순간을 멈칫하면 타 시.도와의 경쟁에서 뒤쳐진다”며 강력한 도정 드라이브 정책을 펴나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국내 영리병원 여론조사로 인한 도민사회 갈등이 아직 치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도가 공무원노조를 대상으로 감사를 의뢰하고 사법처리 방침도 시사하자 의료민영화 및 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는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친북 반미’세력으로 묘사한 문건을 배포한 도 관계 공무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맞불을 놓고 있다.

한라산케이블카도 올 연말 환경부가 지침을 마련해야 추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제주도가 서두르거나 하고 싶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제주도정이 그토록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거나 제주발전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면 도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옳고 정당한 일이더라도 일에는 순서가 있다.

그리고 주춧돌이 단단해야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제주도정의 주춧돌은 ‘도민들의 신뢰’다. 이제 제주도정은 한 템포 늦추고 뒤를 돌아봐야 할 때다.<김승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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