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지코지로 가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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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동쪽, 신양리 해변인 섭지코지에 때아닌 강풍이 불고 있는 모양이다. 그 배경은 섭지코지가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 드라마 ‘올인’의 제작 현장이기 때문이다.

섭지코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나 TV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각인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모처럼 방문한 섭지코지를 영원한 추억의 장소로 기억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섭지코지의 자연에 대한 사전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섭지코지를 ‘제주도의 축소판’이라 부르는 연구자들이 있을 정도이고 보면, 방문하기 전 짧은 시간의 공부는 섭지코지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과 같이 원래는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던 섬이었으나, 오랜 세월 동안 모래가 쌓이고 쌓여 제주본토와 연결된 것이다. 이런 섬을 보통 육계도(陸繫島)라 한다.

섭지코지에 들어서면 해수욕장 맞은편 쪽으로 성산일출봉이 시원스레 보인다. 파도가 밀려오는 부근에서는 삼삼오오 짝을 이룬 관광객들이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촬영을 즐기곤 하는데, 바로 그 장소는 신양리(지)층이라 불리는 오래된 지층이 깔려 있는 곳이다.

이 지층이 형성된 시기는 약 13만년 전후로 추정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매우 중요한 지층이다. 신양리층은 섭지코지 입구 부근에서 해안을 따라 북서쪽으로, 그리고 바다 속으로도 연결돼 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지층에만 나타나는 재미있고 특이한 구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속의 추억 만들기가 끝나거든, 잠깐만이라도 자신이 밟고 있는 지층에서 그것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조금은 기분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섭지코지는 원래 섬이었지만, 그 자체가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은 제주본토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따라서 붉은오름 위에 설치된 등대에서 좌우로 벼랑을 바라보면, 용암이 두껍게 쌓인 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곳에서 감상하는 해안절경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없는 신기함이 더해진다. 감상할 때의 한 가지 포인트를 말하자면, 어찌 저렇게 많은 용암이 쌓일 수 있을지를 머리 속에서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등대에서 섭지코지 전체를 조망해 보면, 섭지코지를 왜 제주도의 축소판이라 일컬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등대가 서 있는 붉은오름은 제주도 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368개의 오름 중에서 해발고도(海拔高度)가 가장 낮은 오름(33m)이다. 아주 자그맣고 동네의 언덕 같은 오름이다. 오름 내부가 대체 무엇으로 꽉 차 있는지 궁금한 사람은 등대 계단을 내려온 후, 왼쪽으로 돌아 오름의 단면을 감상하면 될 것이다.

붉은오름에서 바다 쪽으로 연결된 주변부에는 높고 낮은 바위들이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다. 이 바위들은 붉은오름과 연결돼 있던 것이었으나, 파도의 침식에 의해 연한 암석이 떨어진 후 제각기 바위섬으로 남게 된 것이다. 학술용어로는 ‘시스택’이라 한다. 이들 중 가장 높은 것은 약 17m로 선돌(立石) 또는 선녀바위라 부르는데,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슬픈 전설이 깃들여 있는 바위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선녀바위의 비밀을 캐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재의 섭지코지 상부에는 사구층(砂丘層)이 얹혀져 있는데, 이 사구층도 제주도 내에서는
보기 드문 귀한 존재이다. 울퉁불퉁한 모래언덕을 보며 자연이 부린 조화도 생각해 보자.

이처럼 섭지코지의 자연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궁금증이 더해지는 묘미가 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하나씩 해독할 수 있다면, 섭지코지는 추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장소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섭지코지로 가려거든, 먼저 자연에 대해 공부해 봄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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