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의 한 푸시고 염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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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전 섯알오름 학살터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한 맺힌 영령들이시여 그동안 쌓인 한을 푸시고 서천꽃밭에서 영면하소서.”

백조일손유족회(유족회장 오명수)와 만벵디유족회(유족회장 오용승)는 칠월 칠석인 7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 학살터에서 유족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영령 추모비제막식 및 58주기 제1회 합동위령제’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8월 발생한 제주 예비검속 섯알오름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그동안 백조일손유족회와 만벵디유족회 등으로 나뉘어 봉행됐던 것을 58년 만에 처음으로 합동위령제로 치러졌다.

오명수 백조일손유족회장은 주제사를 통해 “58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희생당한 이곳에 위령비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그저 잡초가 우거진 음산한 곳으로 방치해온 죄, 그 누구를 탓하겠느냐”며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따라 법률적·제도적 후속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결코 일어나서는 안됐을 섯알오름의 비극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전쟁을 비롯한 어떠한 국가 위기상황 속에서도 국민의 인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 김동춘 상임위원은 “늦게나마 ‘제주 예비검속 사건(섯알오름)’에 대한 진실규명이 결정돼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귀한 자리를 돼 다행스럽다”며 “아직까지 해결 되지 않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국가공권력에 의한 희생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부 관계자로는 처음으로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김형기 국방부 기획조정관은 추도사를 통해 “과거에 있었던 불행한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무한한 책무의 무거움을 느낀다”며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한편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8월 전투가 없었던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섯알오름 예비검속 사건은 국군인 제주지구 해병대사령부(계엄사령부)가 정부의 공식적인 계엄령 선포 이전에 불법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218명의 민간인을 자의적 기준에 따라 경찰이 예비검속하고 해병대사령부가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에서 불법으로 집단 총살한 사건이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9일 이 사건을 ‘한국전쟁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라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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